(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주요 기관투자자와 기업들이 최근 잇따라 보유 중인 금융지주사 주식을 매도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심리가 악화하고 주가도 약세를 지속하고 있는 점이 일차적인 이유로 꼽힌다.

이자장사를 통해 역대급 이익을 내고 있음에도 향후 경기 악화 가능성과 금융당국의 규제 확대 우려로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주가 조정기에 차익시현을 앞당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 8일 보유 중이던 KB금융지주 지분 0.9%(352만 주)를 전량 매도했다.

매각 규모는 1천970억 원 내외로 추정되며, 증권업계에서는 외국계 펀드들이 프라이빗 딜 형태로 할인율 2~3%를 적용받아 이를 매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앞선 지난달 17일에는 유진자산운용이 우리은행 지분 1%(6백70만 주)를 매각했다.

우리은행 과점주주 중 하나인 유진자산운용은 지난해 우리은행 지분 1%를 주당 1만6천650원에 차익시현한 데 이어 올해도 지분을 팔아 지분율을 2%로 낮췄다.

증권업계에서는 우리은행의 지주회사 전환이라는 호재를 감안할 때 이번 매각 할인율이 지난달 17일 종가 1만6천500원의 1~2%에 수준에 불과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6월에는 BNK금융지주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공단이 11.19%였던 지분을 처분하면서 보유 지분이 10.71%로 줄어들었다.

국민연금, 롯데와 함께 BNK금융의 3대 주주 중 한 자리를 지켰던 파크랜드도 지난 5월 BNK금융 지분을 기존 6.30%에서 4.00%로 축소했다.

주요 기관주주들이 이처럼 잇따라 보유 물량을 매도하는 것은 각각 다른 이유에서인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업계에서는 SK텔레콤의 KB금융 지분 매각 시점이 문재인 대통령이 인터넷 전문은행의 활성화를 강조한 시점과 일치하는 데 주목하고 있다.

SK텔레콤은 2015년 1차 인터넷 전문은행 후보 모집 당시 인터파크와 NHN엔터테인먼트, 기업은행, 현대해상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형성해 '아이뱅크' 설립을 추진했다가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이 KB금융 지분을 매각한 후 인터넷 전문은행에 다시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유진자산운용의 우리은행 지분 매각은 재무적투자자(FI)들의 차익시현 요구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유진자산운용은 2016년 말 우리은행 지분 4%를 주당 1만2천 원가량에 사들였다.

이 중 2%를 1만6천 원대에 매각해 수익률이 30%대 후반에 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BNK금융은 지역 경기 침체에 따른 수익성 악화 전망에 대주주들이 잇따라 이탈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BNK금융 주가는 지난 3월 22일 1만2천250원에서 연고점을 찍은 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 전일에는 8천400원까지 하락했다.

DGB금융지주와 JB금융지주, 제주은행 등 다른 지방은행이나 금융지주들의 주가가 최근 다소 반등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부산·울산·경남을 포함한 동남 광역 경제권 경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조선, 해운, 자동차 등 제조업의 침체를 원인으로 지적했다.

미중 무역전쟁과 정부의 인터넷 전문은행 육성 방침, 터키의 외환위기 등으로 은행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된 점도 주요 기관주주들의 이탈을 불러온 원인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KRX은행업종 지수는 이달 들어 3.77% 하락하며 23개 업종지수 중 아래에서 5번째로 낮은 성적을 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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