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윤구 정윤교 기자 = 즉시연금 사태와 관련해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소비자 보호 입장을 재차 강조하면서 금융당국과 보험사 간의 갈등이 깊어질 전망이다.

윤석헌 원장은 16일 취임 100일 맞이 기자간담회에서 보험사가 경비 충당 위험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행위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만기환급형 즉시연금은 매월 연금을 받다가 만기가 되면 처음에 냈던 보험료 원금을 돌려받는다. 보험사는 보험료에서 사업비와 위험보험료 등을 제한 금액을 보험료 적립액으로 쌓아 공시이율이나 최저보증이율을 적용한다.

문제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등 보험사들이 사업비를 제한다는 내용을 약관에 제대로 명시하지 않으면서 발생했다.

이에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즉시연금 과소지급분을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일부만 지급하고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한 민원인을 대상으로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했다. 한화생명의 경우 법률검토를 거쳐 분조위에 불수용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처럼 대형 보험사가 금융당국의 결정에 반기를 든 모양새가 연출된 가운데 윤석헌 원장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감원이 할 일은 하겠다는 소신을 드러냈다.

보험업계는 금감원과의 갈등이 지속하는 것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대형 생명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금감원의 감독 방향이 약관을 쉽고 간단하게 쓰라는 것이어서 약관은 되도록 기본적인 것만 들어갔다"며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는 금감원이 검증하는데 약관에 이런 내용이 없다고 일괄지급하라고 하면 법리 다툼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생보사 관계자는 "보험은 1~2년짜리 은행 예금과 달리 20~30년짜리 장기상품으로 가입금부터 보험금 지급까지 회사의 운영에 필요한 여러 가지 비용이 있다"며 "보험사가 고객에게 사업비를 전가한다는 것은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이 향후 검사에서 즉시연금 관련 사항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음을 시사한 부분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소형 생보사의 한 관계자는 "대형 생보사의 결정에 중소형사들은 눈치만 보고 있는데 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 보험사가 마치 소비자의 이익을 편취하는 모습으로 비쳐 답답한 심정"이라며 "향후 금감원이 이를 빌미로 검사나 제재를 강하게 하면 경영에 부담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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