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연의 전망대>'프락시 헤지' 대상된 한국과 '뒷짐' 당국
<배수연의 전망대>'프락시 헤지' 대상된 한국과 '뒷짐' 당국
  • 승인 2018.10.2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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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우리 금융시장이 `프락시 헤지(proxy hedge)'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지만 한국은행 등 외환 당국은 뒷짐만 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방기금금리(FF) 인상을 기정사실로 하면서 유동성이 풍부한 한국이 중국 등 신흥국의 대체 헤지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프락시 헤지'는 유동성이 좋지 않은 통화 거래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비슷한 변동성을 가지면서 유동성이 풍부한 다른 통화로 헤지를 대신하는 투자 기법을 일컫는다.

◇현금지급기 전락한 한국

미국 연준이 연방기금금리를 잇달아 올리는 등 매파 본색을 강화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서 매도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외국인은 10월 들어 26일까지 4조5천억원 이상의 기록적인 순매도세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도 2,338.88에서 2,027.15로 311.73포인트나 떨어졌다. 하락률만 따져도 13.3%에 이른다. 같은 기간 달러-원 환율은 1,111.80원에서 1,141.90원으로 30.10원이나 올랐다. 절하율이 2.7%에 이른다.

중국 상하이지수는 10월 초 연휴 기간 직전인 지난달 28일 2,821.35에서 지난 주말 2,598.85로 222.50포인트 떨어졌다. 하락률로 따지면 7.9%로 코스피에 비해 작다. 페그제를 고수하고 있는 중국 위안화는 지난달 28일 마감가 기준으로 달러당 6.8680위안에서 지난 주말 6.9424위안으로 오르는 데 그쳤다. 절하율로 따지면 1.1%에 그친다.

미국과 중국이 전면전 양상의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가 중국보다 내상이 깊은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우리가 중국의 `프락시'로 전락해 이른바 '현금지급기'가 된 결과로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달 들어 뚜렷한 하락세를 보인 코스피지수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달러-원 환율 추이>



◇유동성 파티가 끝나고 있다

미 연준이 금리 인상을 본격화하면서 글로벌 유동성 파티가 끝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0년전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는 등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되면서 유동성은 본원통화기준으로 6조달러나 풀렸다. 미 연준이 본원 통화만 2조9천억달러를 풀었고 일본은행(BOJ)도 1조9천억달러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6천억달러, 영국 영란은행(BOE) 5천억달러 등 선진국이 푼 본원통화만 5조9천억달러에 이른다.

이 가운데 최대 25% 가량은 신흥국 금융시장 등에 흘러간 것으로 추정됐다. 여기에 미국 해외투자자금 등이 흘러간 규모 등을 감안하면 최소 2조7천억달러 가량이 신흥국 등에 투자됐다. 이 돈이 미 연준의 금리인상 등으로 미국으로 환류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아르헨티나는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고 파키스탄도 구제금융 신청 대열에 합류했다. 선진국 가운데에도 재정이 튼튼하지 못한 이탈리아는 국채금리가 치솟는 등 글로벌 자금 이탈 조짐이 본격화하고 있다.

◇달러화 자금 시장 이상 징후에도 뒷짐 진 당국

외국인의 프락시 헤지 수요가 본격화되면서 FX스와프 포인트가 벌어지는 등 달러화 자금시장이 이상징후를 보이지만 외환당국인 한국은행 등은 뒷짐만 지고 있다. 지난주 말 외화자금시장에서 1년 만기 FX 스와프포인트는 전 거래일보다 0.60원 하락한 마이너스(-) 19.00원, 6개월물은 전 거래일보다 0.50원 하락한 -9.10원에 각각 마감했다. 3개월물은 전 거래일보다 0.20원 내린 -4.30원, 1개월물은 전 거래일보다 0.05원 내린 -1.25원에 마무리됐다.

1년물은 지난 2009년 4월 28일 -21.00원 이후 가장 낮아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회복된 이후 기준으론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식과 채권 시장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계속됐지만 스와프 시장에서의 매수 주체가 없었던 탓으로 풀이됐다.

외화자금시장 참가자들은 한은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보여줘야 할 시점에도 뒷짐만 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국이 재무부 환율보고서 등으로 압박하고 있어 또 다른 외환당국인 기획재정부는 운신의 폭이 제한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독립성이 보장된 한은이 강 건너 불구경하는 태도를 고수하면서 외화자금시장 왜곡을 부추긴다는 비난까지 자초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미 연준의 독립성에 대해 날 선 비난만 할 뿐 구체적인 후속조치를 못 하고 있다. 한은도 독립성을 앞세워 왜곡된 외화자금 시장 등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명분을 찾을 때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이럴 때 사용하라고 보장하는 것이다.(취재부본부장)

ne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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