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인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은 `피에타'를 지난 주말에 관람했다. 약 두 시간 동안 숨죽이며 영화를 보고 나서 엔딩자막이 올라가는 동안 교황청 일간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의 비평대로 `박해자와 박해받는 자, 공포와 희망이 결합된 아이러니컬한 이중의 의미'가 복잡하게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경제기자인 필자는 영화속 소재이자 배경이 됐던 불법대출의 폐해와 더불어 금융의 사회적 기능과 본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됐다.

끔찍한 방법으로 채무자들의 돈을 뜯어내며 살아가는 남자 `강도'는 악랄한 범죄자이기도 하지만 실제 대부분 사람들이 공포스러워하는 `돈'에 대한 인식을 상징하고 있었다.

그를 사주하는 보험사기 불법대출업자는 어찌보면 자본주의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금융 메커니즘의 표상이다.

그리고 `강도'에게 10배의 이자를 상해보험금으로 뜯기는 가난한 이들은 정도의 차이이지 금융없이 살아갈 수 없는 현실의 굴레를 그대로 투영한다.

최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불법대출의 가장 흔한 유형은 무등록 고금리 사채업이며 일부는 연이율 최고 1천90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갚을 능력이 안 되는 이들을 노려 영화에서처럼 불법추심과 보험사기단이 적발되는 사례도 종종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한 것은 제도권 내에서 오용되고 있는 금융 권력의 측면이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조작 의혹이나 대출서류 조작, 대출금리 차별 등으로 얼룩진 금융기관들의 영업행태는 수익만 올리면 그만이라는 식의 금융산업의 부정적인 측면으로 대변될 수 있다.

또 주식시장에서는 정보비대칭과 각종 권력을 이용한 주가조작과 작전이 그것이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저축은행 사태도 마찬가지다. 대주주의 지위를 이용해 고객들의 돈을 유용한 사례는 한두 건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어떤가. 기업들에게 도움을 줘야 할 금융권 공공기관들은 규제성과를 올리는 데 급급해 금융적인 굴레를 이용해 건전한 기업들을 옥죄는 사례도 있다. 은행권 대출이 막혀 저축은행에서 대출받은 것만도 억울한데, 저축은행과 연관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건전한 기업활동을 가로막고 소위 `한 건 올리기'에 급급한 한심한 금융권 공사도 있다.

대기업들은 각종 시정권고와 여론에도 불구하고 친인척 `일감몰아주기'를 여전히 일삼고 있고 이 시간에도 적발되지 않은 사안들이 진행중일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권력을 발산하는 반대편엔 `강도'가 잘라버린 손목에 고통당하는 그들이 있다. `피에타'는 영화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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