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서울 채권시장이 소위 기준금리 '홀짝게임'에 빠져 있다. 이 게임은 기준금리 추가 인하와 동결이라는 50%씩의 확률을 놓고 롱포지셔너와 숏포지셔너가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싸움을 일컫는다. 정작 기준금리를 왜 내리고 동결해야 하는 지에 대한 논의는 실종됐다. 중요한 논거를 놓친 채권시장은 작은 재료에도 반응하는 국고채 유통 수익률에 일희일비하며 불안한 나날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일부 채권 애널리스트까지 '나도 연초에 기준금리 인하를 점쳤는 데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해 아쉽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는 등 이 게임에 가세하고 있다. 포지션을 가진 시장 참가자에 이어 채권 애널리스트까지 균형 잡힌 시각과 거리를 두면서 채권시장이 한바탕 몸살을 앓지 않을까 걱정이다.

채권시장이 이런 패턴을 보이는 데는 통화당국인 한국은행 금통위원회의 책임도 크다. 통화 당국의 수장인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이런 여론을 의식한 듯 지난 주말에 비교적 명확한 스탠스를 드러냈다.

김 총재는 지난 21일인천 인재개발원에서 가진 증축공사 기공식에서"지난 7월에 기준금리를 같이 내렸던 유럽중앙은행(ECB)과 브라질, 호주 등이 지금은 내리지 않고 있다"며 "(7월 금리인하는) 다른 나라들이 크게 금리를 내리면 우리도 내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을 표면적으로만 해석하면 7월 기준금리 인하는대내외 금리차이가 지나치게 확대되는 데 따른 부작용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단행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김총재는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한 7월 금통위 기자회견에서도금리 인하가 기조적 변화가 아니라 경기 순환적 측면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 두 발언을 연결하면현재의 경기 둔화를 반영해 기준금리를 7월에 인하했지만 여러 차례 이어갈 국면이 아니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미국과 일본이 앞다퉈 양적 완화에 나서며 글로벌 유동성이 국내로 유입되는 데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면 통화정책 차원의 선제적 대응도 가능하다는 게 김총재 발언의 요지다.

김총재는 결국 앞으로 글로벌 유동성 과잉 유입과 실물 경제 둔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기준금리를 한 두 차례 내릴 수도 있지만 기조적이고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낮출 생각은 없다는 속내를 시장에 전달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제 채권시장도 내린다 안내린다식의 홀짝 게임보다는 글로벌 유동성 유입 현황,향후 실물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대응 여력 확보 등을 감안해서 금리 전망에 나서는 합리적인 모습으로 되돌아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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