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삼성전자가 애플과의 1차 특허 전쟁에서 패한 것은 약이 될까, 독이 될까.

최근 삼성전자 내부 일각에서는 특허전쟁 패소가 오히려 약이 된다는 평가가 나오는 모양이다.

무엇보다 삼성 내부의 위기감 조성을 통한 내부 결속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나서 직원들의 피로감, 국내 1등이라는 자만과 나태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는 데 더 없는 예방주사가 됐다는 얘기다.

'내부직원들끼리 골프 하지 마라'. '911 음주법 지켜라'(저녁 9시까지, 1차, 1개 종류 술). '졸면 죽는다'고 이건희 회장이 아무리 질책해봤자 공염불인 잔소리일 뿐이다. 이보다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외부 위협이 가해지는 것이 오히려 백 마디 경고보다 효과적이다. 애플이라는 '메기'가 강력하게 존재하면 삼성 직원의 절박성은 자동으로 지속된다. 이로 말미암아 삼성입장에서는 애플에게 설사 특허권 패소에 따른 손해배상을 1조원을 내더라도 남는 효과를 거뒀다.

두 번째 얻은 것은 재벌의 전횡과 탐욕 때문에 정치권과 여론의 도마위에 오른 상황에서 특허전쟁 패소는 국민으로부터 동정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삼성이 끝없이 성장하고 잘나갈 때는 경계의 눈초리가 커지고 비판이 비등했지만, 애플이라는 큰 암초가 나타나 성장세가 꺾일 수 있는 위협이 대두하자 반(反) 삼성 정서가 조금 누그러질 수 있게 됐다. 소니와 노키아가 흔들리고 무너지는 것을 지켜본 이들에게 혹시 저러다가 삼성마저 주저앉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하게 만든 것이다.

재벌은 마음에 안 들지만, 고용을 위해 기업은 키워야 한다는 점, 빈대 잡는다고 초가삼간까지 태우면 안 된다는 걱정, 국민의 삼성에 대한 심리는 애증(愛憎)이 엇갈리는 '듀얼리즘(Dualism)'이 본질이다.

'삼성 너무 때리지 마라'는 동정론이 생기면 효과는 수많은 사회공헌과 광고 IR을 하는 것보다 낫게된다. 그동안 돈은 돈 대로 쓰고 반 삼성 정서만 키워 놓은 꼴이었지만 특허전쟁 패소가 이런 분위기를 바꾸게 된다면 삼성 입장에서는 '불감청 고소원(不敢請 固所願)'인 셈이다.

지난 5일 발표된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실적은 매출 52조원, 영업이익 8조1000억원이었다. 분기 영업이익 8조원 돌파는 이번이 처음인 깜짝 실적이다. 갤럭시 스마트폰의 판매 호조가 일등공신이었지만 스마트폰 실적을 걷어내면 삼성전자가 위기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유럽의 장기 불황 등으로 제품 수요가 줄고 가격이 하락하는 등 어려운 상황이다. 혁신 제품의 부재, 성숙할 대로 성숙해 더는 높은 이익을 기대할 수 없는 업(業)의 한계를 타개하지 않는다면 실적 신기록 행진은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크다.

삼성으로서는 내부직원들의 결속을 다지고 국민의 사랑을 다시 받는 것이 매우 긴요한 때인 것 같다.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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