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증권사 위탁매매 면허만 있으면 앉아서 돈을 벌던 시대가 빠르게 저물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이대로 간다면 증권사 면허에 대한 프리미엄이 사실상 제로에 가깝게 빠질 것이라고 점치고 있다.

증권사는 위탁매매. 자기매매,인수주선등 크게 세 가지 부분에서 영업 행위를 영위하며 돈을 버는 업종이다.

증권사는 이 가운데 여태까지 위탁매매에 의존해 황금알을 낳는 산업으로 불렸다. 시황이 좋을 때 대규모의 위탁매매 수수료를 바탕으로 큰 이익을 거두고 시황이 불리할 때 버티는 식의 경영 패턴이 주를 이뤘다.주식 투자 고객의 이해와 상관없이 거래가 활성화될 수록 증권맨의 주머니도 두둑해졌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으로위탁매매 수익비중이 전체의 49.6%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증권사의 수익선에 중대한 변화가 시작됐다. 지점을 전국에 걸쳐 깔아 놓고 개미 투자자의 계좌를 바탕으로 수수료 수입을 거두던 영업 패턴이 빠른 속도로 해체되고 있다.

개미 투자자는 이제 더는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증권사에 계좌를 트지 않는다. 주식시장을 따라다니다가 결국 남은 건 쥐꼬리 운용수익 뿐이었기 때문이다.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개미 투자자 가운데절반 가까운 49.5%가 연평균 4.0%의 수익을 거두는 데 그쳤다. 개미들 가운데 32.8%는 오히려 손해를 봤고 연평균 20% 이상의 수익을 거둔 투자자는 17.2% 뿐이다.

개미들의 주식 투자 이탈 현상은 최근 채권시장에도 투영되고 있다. 삼성증권 고위 관계자는 이제 고액 자산가도 더 이상 주식시장에서 투자수익을 증대시키기 위해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고액자산가들이 이제 자산을 지키는 데 치중하고 있어 초장기물인 국고채 30년물도 연 2.97%에 소화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증권사들은 주식 부문의 부진을 채권시장 운용을 통해 만회하는 등 자기매매를 통해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그러나 채권금리도 국고채 3년물 금리가 하루짜리 금리인 기준금리 아래로 내려서는 등 절대 수준이 너무 낮아 앞으로 추가 수익을 거두기가 만만찮다. 이른바 자기매매에서도 큰 재미를 볼 수 있는 형편이 아닌 셈이다.

인수주선은 더 형편없다. 최근 건설사들의 잇단 법정관리행 등으로 회사채 발행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된 데다 인수합병(M&A) 시장도 경기 위축 등으로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중견 증권사 임원은 " 증권산업에 새로운 형태의 금융상품이 공급된 게 2003년 주가연계증권(ELS) 이후 전무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변동성이 떨어진 시장에 활력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헤지펀드 등 새로운 형태의 상품이 공급돼야 하지만 정치권 등의 무지로 관련 법안이 마련되지 않아 헤지펀드 출범이 늦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대로 가면 올해말부터 증권맨은 물론 일부 증권사의 퇴출도 불가피할 수 있다"면서"특단의 대책이 선행되지 않으면 금융산업 전체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증권맨의 올해 겨울은 유난히 춥고 길어질 것으로 점쳐진다.(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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