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기대감에 달러-원 환율이 브레이크 없이 추락하고 있다.

10월까지만 해도 글로벌 주식시장 불안 여파에 1,150원대로 올라설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11월에 들어서자마자 상황이 급반전했다.

시장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달러-원이 아래쪽으로 방향을 잡고 1,100원 선을 향해 밀릴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나온다.

그러나 많은 딜러는 레벨부담 측면에서 달러-원이 당장 1,100원 선으로 내려서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3일 뉴욕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원 1개월물은 1,111.00∼1,117.50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1,111원은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2일) 현물환(1,121.60원) 종가 대비 10원가량 밀린 수준임과 동시에, 그 하루 전인 1일 고점(1,141.80원)보다 30원이나 낮다.

NDF 달러-원 1개월물의 마지막 호가는 낙폭을 대거 만회한 1,117.55원에서 나왔다.

A 은행 딜러는 "1,100원 밑은 상상이 잘 안 된다"며 "전저점인 1,107∼1,108원 또는 주봉차트 상 1,105원 정도를 하단으로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딜러는 "너무 긴 음봉이 생겨서, 올라올 때 급반등은 어렵다"며 "위쪽으로는 롱이 물린 곳들이 차곡차곡 있어서, 한 번씩 푹푹 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달러-위안(CNH) 환율의 경우 6.925위안이 그동안 지지선이었는데, 한 번에 무너졌다"며 "달러-위안이 이곳까지 오를 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B 은행 딜러는 "그동안 주가가 많이 내린 뒤 반등할 때가 된 것과 맞물리면서, 미·중이 전화통화를 했다"며 "이 때문에 환율 낙폭이 컸다"고 설명했다.

이 딜러는 "현재 레벨에서는 확실히 매수 우위기 때문에 1,110원대가 바닥으로 보이고, 1,110원 밑은 어렵다"며 "중간선거를 주의하고 있지만, 주된 재료는 아니다"고 말했다.

C 은행 딜러도 "너무 많은 롱 포지션이 정리됐는데, 주식시장은 아직 불안하다"며 "추세 하락보다는 이번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지나면 환율은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달러-원이 추가 하락 가능성을 언급하는 딜러들도 있었다.

D 은행 딜러는 "11월 6일 중간선거까지는 주식 호조, 환율 안정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다"며 "중기적으로는 달러 롱이지만, 당장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이 딜러는 "코스피와 달러-원이 똑같이 가지 않아도, 주식이 오르고 환율은 더 밀릴 수 있다"며 "근래 미국이 추가 관세보복을 말했을 때 환율 레벨은 1,110원이었다"고 언급했다.

E 은행 딜러는 "외환 당국 경계심 때문에 무작정 달러-원을 밀기는 부담스럽다"며 "수급으로도 결제 수요가 많다는 게 시장의 일반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딜러는 "다만 역외 투자자들은 12월의 네고 물량을 낮은 레벨에서 받아내고, 내년에 롱 포지션을 끌고 갈 생각일 수 있다"며 "역외가 숏 플레이를 과감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이번 주 초에 1,117원 부근에 걸린 달러-원 옵션 만기도 있다"고 전했다.

몇몇 시장참가자들은 외환당국이 달러-원 환율을 박스권 흐름에 가두려 한다며 비판했다.

한 외환딜러는 "지난주 경제 부총리 등이 잇달아 컨틴전시 플랜을 강조했다"며 "그래놓고선, 시장 불안이 해소되니까 환율 하락세가 가파르다고 한다. 지나치다"고 말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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