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조만간 글로벌 달러 강세 흐름이 현재보다 더 거칠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증권가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격화하고, 유럽의 정치 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내년 하반기에 이르러서는 글로벌 불확실성이 점진적으로 완화하면서 달러 강세 흐름이 약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KB증권은 20일 보고서를 통해 내년 초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 2천억 달러에 25% 관세율을 적용하면,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예산안을 두고 이탈리아와 유럽연합(EU)의 충돌이 여전한 상황에서, 영국은 3월 29일 EU를 자동 탈퇴할 예정인 점도 달러 강세를 부추길 것으로 봤다.

3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의 기준 금리 인상 여부를 놓고 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할 소지가 있다고도 했다.

KB증권은 1분기 달러-원 환율의 평균이 1,160원이고, 상단은 1,200원에 이를 것으로 점쳤다.

달러-위안은 내년 1분기에 평균 7.05위안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NH투자증권은 무역분쟁에 따라 중국의 실물경기가 빠르게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중국의 대미 수출이 견고한 것은 내년 1월 관세율 인상에 앞서, 미국 기업들의 수입주문이 늘어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올해 중반 이후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와 차이신 제조업 PMI 등이 하락세로 전환한 데다 제조업체들의 체감심리가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관세율 인상으로 연말 연초 중국의 수출 절벽 현상이 발생할 개연성이 있고, 내년 초 이후 중국 경기의 하방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NH투자증권은 전망했다.

이에 따라 중국 외환 당국의 환율 방어 의지는 소극적일 것으로 예상됐다.

내년 하반기에는 달러-원 환율이 점차 아래로 밀릴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였다.

KB증권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자산매입프로그램을 올해 말 종료하고, 내년 여름 이후 통화정책이 변화할 수 있다고 봤다.

ECB가 금융위기 이후 첫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유로 강세에 따른 달러 약세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는 의미다.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피하려는 목적에서 환율 문제를 타협할 것이라고 KB증권은 판단했다.

위안화 산정 방식 변경이나 일일변동 폭 확대(±2.0%에서 ±3.0%) 등을 예상했다.

NH투자증권은 내년 우리나라의 연간 수출 증가율을 전년 대비 4.5% 수준으로 추정하면서, 견고한 수출이 원화 강세 요인이 될 것으로 진단했다.

기저효과로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낮아지겠지만, 선박 수출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생산 경제로 전환하는 미국의 경제구조 변화는 강 달러 요인이지만, 순환적 관점에서 달러 강세는 완화될 것으로 점쳤다.

미국은 재정정책 동력이 약화한 반면 기타 선진국은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올해 2%포인트(p)까지 확대된 경제 성장률 차는 내년 1%p 내외로 축소될 것으로 판단했다.

연기금과 보험사 등의 해외투자 확대에도 금융계정으로 나가는 달러 유출이 경상수지 흑자로 인한 공급을 상쇄하지 못한다고도 했다.

신한금융투자는 미국이 중국의 위안화 절하를 비난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도 금융시장 발전을 위해 어느 정도 위안화 강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달러-원 환율은 완만한 하락세를 이어가 하반기에 1,100원을 하회할 것으로 신한금융투자는 전망했다.

DB금융투자는 미국의 재정적자와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하면서 달러 약세가 나타나고, 무역분쟁 우려는 완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임금과 물가 상승압력이 높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달러가 향후에 크게 약해질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키움증권은 국제결제은행(BIS) 실질실효환율을 보면, 달러 가치는 장기평균의 표준편차를 더한 상단에 근접했다며 고평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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