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미국 국채 수익률 곡선의 역전 현상이 경기 침체의 전조로 불리는 이유에는 '자기실현적 예언'인 측면도 있다고 미국 마켓워치가 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수익률 곡선의 역전이 경기 침체를 미리 알리는 것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역전 현상이 나타난 후 투자 활동이 위축되면서 경기 침체가 발생하는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다.

트웬티포자산운용의 마크 홀만 채권 펀드 매니저는 수익률 곡선이 역전되면 은행들은 자발적으로 대출을 줄이거나 단속하게 되고 이는 급전이 필요한 기업들에 치명타가 되면서 경제성장 탄력이 둔화하는 흐름이 형성된다고 분석했다.

홀만 매니저는 "국채 수익률 곡선의 역전이 지난 1975년 이후 모든 경기 침체를 정확히 예견했던 이유는 그 자체로 '자기실현적 예언'이었기 때문"이라며 "수익률 곡선이 뒤집히면 경제성장의 엔진인 은행 부문의 태도도 뒤바뀌게 된 것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은행의 고위급 대출 책임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분기 보고서는 은행과 수익률 곡선 사이의 밀접한 관계를 잘 드러낸다.

이 보고서에서 은행들은 미국 장단기 국채 스프레드(금리 격차)가 역전됐다면 대출 기준을 더욱 까다롭게 바꿨을 것이라며 "수익률 곡선의 역전은 경제 전망이 더 불확실해진다는 신호이자 기존의 대출 포트폴리오도 질이 나빠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연준은 특히 미국 3개월 국채금리가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10년물 금리가 이를 하향 돌파하면 은행들은 어떻게 할 것인지 조사했고 은행들은 대출을 어떻게든 줄일 것이라고 답했다.

은행들이 수익률 곡선 평탄화에 주목하는 것은 대출 마진이 압박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은행은 장단기 금리 차이를 이용해 수익을 남기는데 그 스프레드가 좁혀지면 은행은 대출을 삭감하고 경제에 필요한 자금 공급량도 줄게 된다.

마켓워치는 "은행이 대출 시장의 유일한 존재는 아니지만 다른 여신업체나 회사채 시장도 이미 스스로 단속에 들어갔다"며 "그만큼 자본시장에서 흐르는 돈 줄기가 약해진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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