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연의 전망대> 경상수지 80개월 연속 흑자의 명암
<배수연의 전망대> 경상수지 80개월 연속 흑자의 명암
  • 승인 2018.12.10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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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경상수지가 80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수출과 중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른 서비스수지 적자 폭 축소 덕분이다. 80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한때 국내총생산(GDP) 대비 8%에 육박하는 경상수지 연간누적 흑자를 거뒀지만 마냥 기뻐할 수 없다. 성장잠재력이 곤두박질 치고 있는 데다 일부는 왜곡된 현실을 반영하고 있어서다. 우리의 민낯을 되돌아볼 때가 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경상수지는 91억9천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2012년 3월부터 80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는 등 제조업 강국다운 면모를 보이고 있다. 110억달러 규모의 상품수지 흑자에서 수출 강국의 위용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0월 수출은 572억4천만달러 수준으로 금액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출은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8.8%나 늘어났다. 추석 연휴가 있었던 지난해 10월보다 영업일 수가 늘어난 영향인 큰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80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간 경상수지 추이와 큰 폭으로 줄어든 여행수지 적자 추이>

그러나 영업일 수 증가만으로 이례적인 수출 급증을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 같은 기간 미국과 중국이 서로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등 무역 전쟁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의 보복관세 부과 이전에 '밀어내기'식 수출을 늘린 영향이 없는지 살펴야 한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세관에 해당하는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 10월 중국의 수출도 15.6%나 늘었다. 미국이 7~8월에 중국 상품 500억달러어치(연간 수출 기준)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9월부터는 2천억달러어치에 10% 관세를 매겼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다. 9월에도 중국의 수출은 14.6%나 늘었다.

중국의 대미 수출만 13%나 증가했고인도, 홍콩, 브라질 등으로의 수출은 각각 20% 이상 늘었다. 중국이 '밀어내기'식 수출에 치중했다는 심증을 뒷받침하는 지표들이다. 무역 전쟁 와중에도 중국과 미국을 잇는 환물 운임이 치솟고 있다는 점도 중국의 밀어내기식 수출 의혹의 정황 증거로 지목됐다.

중국의 밀어내기식 수출은 곧 한계가 드러날 것으로 분석됐다. 당장 지난달 중국의 수출 증가율이 시장 전망치를 큰 폭으로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의 11월 수출액은 2천274억2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시장 전망치는 9.4% 증가할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의 대중(對中) 수출 비중은 34.4%로, 미국의 18% 등 유럽연합(EU)·일본을 합친 것보다 많다. 대(對)중국 수출액 중 80% 가까이가 반도체 등 중간재에서 나온다. 중국의 대미 수출이 감소하면 국내 기업이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우리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 의존도가 68.8%에 달한다.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이 어려워지면 상황이 고약해질 수 있다.

10월 서비스 수지가 큰 폭으로 줄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성 조치를 완화한 영향으로 중국 관광객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결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노력이 중국의 사드 보복성 조치 완화라는 결실을 이룬 셈이다. 10월 서비스수지는 22억2천만달러 적자였지만 전달 25억2천만달러보다 큰 폭으로 줄었다. 중국 유커들의 방한 등으로 서비스 수지를 갉아먹었던 여행수지가 9억5천만달러 적자에 그치는 등 대폭 개선됐다. '평화'가 돈벌이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 의미있는 변화다.

한때 GDP 대비 8% 수준에 육박했던 경상수지 흑자는 우리 경제의 빛과 그림자를 담고 있는 동전의 양면이다. 산유국 수준에 육박하는 경상수지 흑자규모를 가지고도 성장 잠재력이 곤두박질치고 있어서다. 그만큼 가계의 소비(C), 기업의 투자(I), 정부의 재정지출(G) 등 내수의 성장 기여도가 미약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가계는 1천500조원에 이르는 부채의 덫에 빠져 꼼짝도 못하고 있다. 막대한 재원을 축적한 기업도 4차산업 혁명시대를 맞아 섣불리 투자에 나설 분위기가 아니다. 남은 건 지구 상에서 가장 건전한 재정을 가진 정부뿐이다. 80개월 동안 이어온 경상수지 흑자 등을 바탕으로 재정이 내수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취재부본부장)

ne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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