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채권 투자자들이 실제 겁내는 것은 경기후퇴가 아니라 시장 변동성이라고 미국 마켓워치가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최근 미국 장기물 국채금리가 급락하면서 채권 투자자들은경기침체 가능성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마켓워치는 최근의 자금 흐름을 보면 채권 투자자는 여전히 미국의 경제성장 엔진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며 지난주 미국 국채가격이 뛰었던 것은 내년 시장 변동성이 더 커질 것을 예상해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을 매입한 것이라고 전했다.

FTN파이낸셜의 짐 보겔 금리 전략가는 "투자자들은 내년에도 경제가 탄탄하게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을 유지하고 있다"며 "다만 불과 두 달 전까지 낙관적이던 경기에 제동이 걸릴 것을 대비해 투자자들이 현금을 쌓아두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16bp나 급락했는데 이는 주간 기준으로 지난 2015년 10월 이후 가장 가파른 낙폭이다. 30년물 금리도 16bp 하락하며 2016년 7월 이후 최대 낙폭을 그렸다. 2016년 7월은 영국이 브렉시트를 결정한 직후였다.

아메리칸센츄리인베스트먼트의 존 로비토 공동 글로벌 채권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국채 수익률 곡선이 평탄해지는 것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융 여건을 타이트하게 옥죄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지만, 실업수당 청구 건수나 실업률 같은 다른 지표는 여전히 경기침체가 멀리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최근 펀드들 자금 흐름을 보면 펀드 매니저들은 여전히 미국 장기물 국채를 쌓아두는 대신 가격 손실 없이 신속하게 매각할 수 있는 현금성 상품의 비중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글로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일까지 일주일간 대부분 장기 채권에 투자하는 뮤추얼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서 2천240만달러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반면 같은 기간 단기 채권 투자 펀드는 18억6천만달러의 자금이 순유입되는 반사이익을 누렸다.

마찬가지로 지난 7일까지 5일 동안 대표적인 채권 ETF인 '아이쉐어즈 20년+ 미국 국채 ETF'에선 3억100만달러가 빠져나갔지만 '아이쉐어즈 1-3년 미국 국채 ETF'는 7천500만달러의 순유입을 즐겼다.

이는 시장이 아직 장기채보다 단기채를 더 선호한다는 뜻이다.

마켓워치는 "장기채 펀드에서 돈이 빠지고 단기채 펀드로 돈이 몰렸다는 것은 부분적으로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에서 단기채가 다른 채권보다 최고의 피난처로 인식되고 있다는 의미"라며 "단기채는 미국 증시의 배당률보다도 수익률이 높다"고 전했다.

11월 현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의 구성 종목은 평균 배당률이 1.90%다. 반면 1개월짜리 단기 미국 국채마저도 수익률이 2.32%에 이른다.

다만 연준의 금리 인상에 대한 어조가 변하기 시작하면서 장기 채권이 다시 더 많은 관심을 끌어모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다른 연준 위원들은 최근 과거보다 더 비둘기파적인 신호를 시장에 보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금리 인상 속도가 둔화하면서 단기채 대신 장기채가 안전자산의 지위를 되찾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통적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때 투자자들은 장기채로 더 몰리는 경향이 있었다. 단기채보다 장기채가 더 수익률이 높은 만큼 채권가격이 더 뛸 여유가 많기 때문이다.

인사이트 투자운용의 가우탐 카나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투자자들은 듀레이션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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