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원 칼럼> 손정의 쿠팡 투자의 함의
<이장원 칼럼> 손정의 쿠팡 투자의 함의
  • 승인 2018.12.1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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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쿠팡에 2조원을 투자해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총 1조9천억원의 누적 영업적자를 기록한 회사에 그보다 더 많은 금액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3년 전 10억달러(1조원)을 투자한 데 이어 이번엔 그 두배의 금액을 쿠팡에 투자했다고 한다.

로켓배송으로 유명한 쿠팡은 배송과 물류에서 독특한 사업모델로 업계에서 인지도가 높지만, 매출이 늘어나는 만큼 손실이 더 커지고 있어 재무적으로는 약점이 많은 회사다. 2014년 3천500억 매출에 1천215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쿠팡은 2015년엔 매출 1조원을 넘겼지만 5천470억의 적자를 기록해 적자폭이 더 커졌고, 2조6천억원 매출을 달성한 작년엔 6천38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팔면 팔수록 손해 보는 이 회사에 투자의 귀재인 손정의 회장은 무엇을 보고 계속 거액을 투자하는 걸까. 과거 손정의 회장은 중국 최고의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가 자금난에 처했을 때 "마윈의 눈빛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이 김범석 쿠팡 대표에게서도 같은 느낌을 받았을까. 여러 가지 가설과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무엇보다 손회장이 한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변화와 유통혁명을 포착하고 거기에 베팅했다는 분석이 많다.

최근 몇 년간 개인들의 생활패턴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국내 유통시장은 거대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매장을 방문해 이것저것 비교하며 쇼핑하던 시절은 지나갔고, 집에서 사무실에서 PC와 모바일로 원하는 상품을 검색해 주문하는 것이 일상화됐다. 이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은 온라인에 밀려 빈사 상태에 내몰리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몇 년 전 스타필드를 개장하면서 "사람들이 집에서 나오려 하지 않는다. 사람들을 매장으로 끌어내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고민일 것이다.

트렌드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대인들은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다고 한다. 일하는 시간을 빼고는 집이라는 개인화된 공간에서 자기만의 삶을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 공간에서 TV나 유튜브를 통해 다른 사람이 음식을 먹는 것을 보고, 타인의 일상생활을 관찰하면서 대리만족을 느낀다. 시내 중심가의 상가들이 폐점하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최근 백화점은 식품관과 명품관을 빼면 매출이 잘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변화된 현대인들의 생활패턴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앞으로는 식품관도 매출을 장담할 수 없는 시대가 올지 모른다. 반조리 제품들의 질이 좋아지면서 배송으로 쉽게 구할 수 있고, 신선식품도 배송으로 받는 시대가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집에서 스마트폰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대가 됨에 따라 유통업체들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중이고, 그 승부처는 배송과 물류, 결제 시스템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갖추고 시장을 선점하느냐가 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손정의 회장의 쿠팡 투자는 그 생각의 결과물일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기존 유통 거물들에 큰 도전이 될 것이다. 이 때문에 이들의 발걸음이 최근 분주해졌다. 신세계는 최근 1조원 투자 유치를 받고, 이커머스에 집중하고 있으며 롯데그룹도 신동빈 회장의 석방과 함께 3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들의 목표는 하나일 것이다. 바로 한국의 아마존이 되는 것. 수년 뒤 한국에서도 아마존 같은 유통공룡이 나올까. 변화된 세계에 가장 빨리 적응하는 곳이 파이를 독식할 것이다. 유통업체들은 지금 생사를 건 전쟁을 하고 있다. (산업증권부장)

jang7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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