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정부가 공급한 국채 30년물 물량이 과다해 증권사들에 부담을 지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연합인포맥스 투자주체별 거래종합(화면번호 4565, 4566)에 따르면 지난 3~4일 보험과 기금은 국고02625-4803(18-2)을 9천482억 원 순매수했다.

보험·기금은 스트립채권인 국고채원금01280-4803(18-2)도 1천200억 원 순매수했다.

지난 3일은 기획재정부가 18-2호의 입찰을 진행한 날이다. 통상 스트립 채권을 포함해 입찰일과 그 다음날의 순매수는 입찰 물량을 소화한 것으로 받아들여 진다.

이번 입찰 물량 1조8천억 원 가운데 초장기 국채의 실제 수요자인 보험·기금이 1조682억 원만 인수했다는 얘기다. 여기에 자산운용사가 인수한 738억 원을 빼도 6천500억 원가량이 시장에 남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비경쟁인수 물량까지 고려하면 현재 증권사들이 보유한 30년물 물량은 이보다 더 많은 것으로 추산된다.

수요를 초과하는 물량 공급으로 국채 30년물의 실제 수요자도 아닌 증권사들이 이를 보유하면서 손실의 위험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증권사들의 부담은 앞으로 더 가중될 전망이다.

기재부의 1월 국고채 발행 계획에 따르면 오는 14일에는 국채 10년물 1조8천억 원, 21일에는 20년물 7천억 원의 입찰이 예정돼 있다.

2월에 설 연휴가 있는 점을 고려하면 1월 마지막 주에는 다시 30년물, 그리고 설 이후에는 50년물 등 초장기물 입찰이 연이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국고채전문딜러(PD)들이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시장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면 다행이지만, 아픈 곳을 맞으면 많이 힘들다"고 말했다.

초장기물을 보유하고 있다가 금리 상승시 연초부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의미다.

국고채 50년물 입찰 정례화도 현재 상황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험사 입장에서 자산 듀레이션을 늘리기 위한 목적을 위해서라면 30년보다 50년물 매입이 매력적이다. 50년물 입찰이 있기 때문에 30년물 매수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지나치게 비관적인 입장을 취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PD사의 한 관계자는 "물량이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보험사들이 초장기물 수요를 이어간다면 꼭 손해를 볼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김명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초장기물 금리가 상승할 재료는 없다"며 "장기물은 해외 글로벌 금리를 많이 따라가는데 미국(금리)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1분기에는 보험사들도 작년에 매수하지 못한 물량에 대해 자금을 계속 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다만 "최근 스와프 상황이 개선됐다"며 "보험사의 해외투자가 늘어나면 국내에서 해외로 장기물(투자)이 일부 이관되면서 국내 장기물이 다소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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