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미국 씨티그룹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예상치를 밑돈 가운데 핵심적인 채권·외환·상품(FICC) 부문의 부진이 이어졌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씨티그룹은 이날 4분기 순이익이 43억1천만달러, 주당순이익(EPS)은 1.64달러라고 발표했다. 일회성 요인을 제외한 조정 EPS는 1.61달러로 금융정보 제공업체 팩트셋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 1.55달러를 웃돌았다.

하지만 4분기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2% 떨어진 171억2천만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팩트셋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 175억달러도 밑도는 수치다.

씨티의 매출 감소는 트레이딩 부문이 부진한 여파가 컸다. 트레이딩 부문은 4분기 26억달러의 수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14% 급감했다. 이는 분기 기준으로 적어도 3년래 최악의 실적이다.

지난해 12월 시장 변동성이 극에 달하면서 금리와 외환, 채권 등에 투자하는 트레이더들은 유달리 힘든 환경과 마주하게 됐다.

WSJ은 지난해 말 월가 트레이더들은 시장에서 한걸음 물러났고 알고리즘 트레이딩이 지배하면서 가격이 거칠게 움직였다고 전했다.

씨티가 특히 강점이 있던 금리와 외환 트레이딩 부문은 지난해 초와 비교해 수익이 26% 감소했다.

씨티는 투자자들 사이에 위험회피 심리가 만연하면서 트레이딩에 어려움을 겪었고 이에 따라 위험 자산 비중도 줄이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씨티의 대출 및 뱅킹 사업 부문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말 시장을 뒤흔든 요인 중 하나는 글로벌 경제 성장세에 대한 두려움이었는데 이들 부문은 이에 대한 영향을 덜 받기 때문으로 보인다.

씨티의 대출 부문 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했고 순이익도 늘었다. 대출 부문 손실도 1년 사이 줄었다.

WSJ은 그럼에도 씨티의 트레이딩 부문이 부진했던 점은 미국 은행들의 실적 시즌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불안감을 자극한다고 전했다. 씨티를 시작으로 JP모건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가 각각 15일과 16일 실적을 발표한다.

지난해 초 금융시장에 변동성이 찾아왔을 땐 씨티의 주식 트레이더들이 쏠쏠하게 재미를 봤지만 12월의 변동성은 규모가 더 큰 씨티의 채권 부문에 타격을 안겨줬다.

씨티의 자본시장 부문 수익도 1년 전보다 줄었다. 증시가 급락한 데다 채권 발행 주관도 줄었기 때문이다. 인수합병(M&A) 자문 부문만 1년 전보다 수익이 약 50% 급증하는 초호황을 누렸다.

씨티는 트레이딩 부문의 실적 부진을 비용 감축으로 상쇄할 계획이다. 씨티가 지난해 4분기 지급한 급여는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14%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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