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환 거래규정은 언제 국경을 넘나드는 지급수단과 자본거래를 신고해야 하는지, 그리고 신고해야 한다면 어느 기관에 해야 하는지 등을 규정한다. 이 때문에 국경 너머로 자금을 주고받을 때나 채권 채무 관계를 맺을 때, 우선적으로 외국환거래 규정을 검토해야 한다.

외국환거래 규정에 있는 대부분의 신고사항은 사전신고를 필요로 한다. 만약 사전 신고 의무를 위반할 경우 외국환거래법 제32조에 따라 1억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도 있다.

또 외국환거래법에 따라 신고사항이 아니라 허가사항인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허가를 받지 않는 경우 형사처벌까지 가능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외국환거래 규정상 신고 기관이 단일하지 않다.

한국은행 총재에게 신고해야 하는 사항이 있는가 하면, 외국환 은행의 장에게 신고해야 하는 사항도 있다. 또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신고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각각의 경우가 뚜렷하게 구분된다면 다행이지만, 생각보다 그 경계가 모호한 상황들이 자주 발생한다.

흔히 이루어지는 거래 유형들은 한국은행과 외국환은행도 익숙하므로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새로운 유형의 거래들은 외국환거래 규정의 어느 조항으로 포섭해야 하는지 불분명한 경우가 있다.

이 경우 한국은행과 외국환은행의 담당자들도 특정 거래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명확한 답변을 제공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기준이 모호한 경우 담당 기관은 종종 신고 수리를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심지어는 한국은행이나 외국환은행 중 한 곳에 신고해야 하는 것처럼 규정이 해석되는데도, 두 기관 모두 신고 수리를 해주지 않으려는 경우도 발생한다.

해당 기관으로서는 그 기관의 소관도 아닌 거래를 함부로 수리하기는 어려울 수 있는 만큼, 이러한 소극적인 태도는 이해할 수 있는 측면들이 있다.

그러나 거래 당사자로는 사전신고 의무위반을 방지하기 위해 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채 거래를 진행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국은행이나 외국환은행은 신고가 수리되지 않았다는 서류, 이른바 '신고 수리 거부 통지서'를 제공해주는 경우도 사실상 없다. 신고가 접수됐다는 접수증도 발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렇다 보니 거래 당사자 입장에서는 신고를 수리받았다는 서류도 확보하지 못하고, 심지어 신고 수리를 시도했다는 서류도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즉 신고를 수리할 수 없다는, 혹은 신고가 필요하지 않다는 담당자의 구두 답변에 의존한 채 거래를 진행해야 하는데, 이는 향후 신고의무 위반이 문제가 됐을 때 소명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설령 신고의무 위반으로 제재를 받지 않더라도 당사자로서는 거래에 하자가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위험을 계속해서 부담할 수밖에 없다.

이런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외국환거래 규정의 담당 기관들이 신고 수리를 거부하는 경우 거부 사실과 이유를 명시한 통지서를 당사자에게 발급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아울러 당사자가 이 통지서를 신뢰해 신고를 더 이상 시도하지 않은 것이 합리적이라면, 당사자의 사후 보완으로 사전 신고의무 위반을 면책하는 제도를 체계적으로 도입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법무법인 충정 김푸른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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