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연의 전망대>트리클다운과 푸드스탬프
<배수연의 전망대>트리클다운과 푸드스탬프
  • 승인 2019.02.18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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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트리클다운 효과(Trickle-down effect:낙수효과)는 없었다. 영화배우 출신의 로널드 레이건 미국 40대 대통령이 주창한 이후 자본주의 진영의 주요 경제정책이었던 트리클다운 효과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상위 부유층의 소득 증대를 위한 부자감세가 이른바 '레이거노믹스'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의 기본 정책이었다. 1985년 도입된 이후 미국 경제정책의 주요 기조였던 트리클다운은 `사탕발림'이었다는 주장이 속속 경제지표로 확인되고 있다. 자본주의 진영의 모범생이었던 미국의 중산층들이 지난 30년동안 철저하게 붕괴됐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트리클다운 효과는 상위 부유층의 증대된 소득이 저소득에 흘려내려 갈 것이라는 부의 이전효과를 설명하는 이론이다.



◇400명이 1억5천만명보다 부를 50%나 더 가지고 있는 나라







<가브리엘 주크만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캠퍼스 교수는 최근 발표한 '부의 불평등(Global Wealth Inequality)'이라는보고서( http://gabriel-zucman.eu/files/Zucman2019.pdf" target="_blank">http://gabriel-zucman.eu/files/Zucman2019.pdf) 에서 미국의 상위 400명의 부가 하위1억5천만명이 기잔 부보다50%나 더 많다고 분석했다.>



2020년 미국 대선 출마를 선언한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저서 '이 싸움은 우리의 싸움이다(This Fight Is Our Fight)'를 통해서 "트리클다운은 거짓말이다"고 강조했다. 트리클다운 효과는 거대기업과 백만장자들이 더 많은 돈을 갖게 해 줄 뿐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미래 세대에 기회를 만들어주지도 못했고 시간이 지나가면 갈수록기회는 더 줄어들고 있다는 게 지표로 확인되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실제 1980년부터 2015년까지 상위 10%를 제외한 미국인의 90%가 분배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1980년대 이후 시장 소득 성장의 100%가 상위 10%에모조리 귀속됐다. 시장소득이란 세금공제와 사회보장연금 등을정부로 이전하기 전에 개인이 벌어들인 소득이다.

10%가 모든 소득을 독차지한 반면 나머지 90%는 본질적으로 아무것도 차지하지 못했다. 극빈자를 의미하는 식료품 구매권을 받을 자격을 가진 미국인은 점차 늘어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국의 중위개층은 밤낮으로 일하면서도 정부의 식료품 구매권에 기대할 정도로 시장소득의 혜택을 얻지 못하고 있다. 지난 35년동안 트리클다운의 혜택를 단 1%도 받지 못했다는 의미다.

미국 중산층의 몰락은 파괴적인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 엘런에 따르면 미국인의 4분의 1이 고지서를 제 때 지불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인의 거의 절반이 예기치 않은 400달러의 지출을 해결할 능력이 없다. 미국의 주택보유자 비율은 63.5%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일반적인 정규직 근로자는 1972년 정규직 근로자보다 수입이 적다.

물가상승률을 적용한 오늘날의 미국 최저임금은 1965년보다 24%나 더 낮다. 1965년에 미국 시어스 백화점에서 전화교환원을 하며 최저임금을 받았던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상원의원의 어머니는 당시 세 식구를 먹여살리고 주택담보대출을 갚을 수 있었다. 미국이 기회의 땅이라며 아메리칸 드림을 전 세계로 수출했던 것도 바로 이 때였다. 비록 가진 것이 없어도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면 혜택이 주어졌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똑같은 인생의 기회가 주어졌다는 의미다.

미국 중산층의 몰락은 극단적인 소득양극화로 이어졌다. 가브리엘 주크만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캠퍼스 교수가최근 발표한 '부의 불평등(Global Wealth Inequality)' 보고서( http://gabriel-zucman.eu/files/Zucman2019.pdf" target="_blank">http://gabriel-zucman.eu/files/Zucman2019.pdf) 에 따르면미국 인구의 0.00025%인 상위 400명의 부는 1980년대 초보다 3배 증가했다. 하위 60%를 차지하는 1억5천만명의 부는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87년 5.7%에서 2014년에는 2.1%로 줄었다. 주크만 교수는 상위 400명이 3달러를 소유하고 있다면, 하위 1억5천만명은 다 합쳐야 2달러를 소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400명이 1억5천만명이 합친 것보다 50%나 더 많은 부를 소유하고 있다는 의미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공존하지 않으면 '작은연못 속 붕어 두마리' 신세

소득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일부 양식 있는 부자들은 스스로 자신들에게 부과되는 세금을 인상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애국적 백만장자(Patriotic Millionaires) 그룹 회장이자 블랙록의 전직 임원인 모리스 펄은 뉴욕주 예산 청문회에 출석해 6명으로 구성된 초당파 의원 그룹에 연간 500만달러(약 56억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가계에 '백만장자세(multimillionaire's tax)'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이렇게 거둬들인 세금으로 주택과 기반시설, 학교 등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자고 펄은 주장했다.

법안이 통과된다면 세율에 따라 다르겠지만 연간 20억~30억달러(약 2조2천억~3조4천억원)의 재원이 늘어난다는 게 이들 그룹의 주장이다.서한에는 48명의 뉴욕 백만장자들이 서명했다. 이들은 "이타적 행위로 이같이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에게 돌아올 개인적 이익(self-interest)" 때문이라고 서한에서 주장했다. 늘어난 세금으로 인프라를 구축하고 가난을 벗어나게 하고, 삶의 질을 개선할 경우 더 많은 투자 기회가 생겨, 장기적으로 모두의 이해가 증가하게 된다는 논리다. (본보 14일자 '뉴욕 백만장자들 "내 세금을 올려라"… 부유세로 서민 지원은 '윈-윈'' 기사 참조)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도 자신을 비롯한 부자들에 세금을 더 거둬서 나라 살림에 보탬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도 '연못 속 붕어 두마리 식' 대재앙의 덫에 빠져들고 있다. 성장의 과실이 상위 계층에만 집중된 승자 독식이 유효수요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연못 속 붕어 두마리 식' 재앙은 가수 김민기씨의 작품 '작은 연못'이라는 노래에 나오는 가사 내용이다. 작은 연못에 살 던 붕어 두마리가 싸우다가 한 마리가 죽고 그 살이 썩어 들어가 더러운 물만 고이고 결국 아무 것도 살 수 없게 됐다는 우화 같은 내용이다. 유효 수요가 턱없이 부족해진 4차산업시대를 맞아 이제 공존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시절이 다가오고 있다. (취재부본부장)

ne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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