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금융지주회사 자본비율이 비은행 부문 강화에 따라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오렌지라이프 완전자회사 편입이, 우리금융지주는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한 금융지주 전환이 자본비율에 부담이 되고 있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를 완전자회사로 편입할 경우 약 4조 원이 보통주자본에서 차감되고, 이에 따라 보통주자본비율이 10.8%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은행업 감독업무 시행세칙에 따라 은행계 금융지주사가 보험사와 같은 금융회사를 인수하고 이 회사의 장부가치가 금융지주사 연결 기준 보통주자본의 10%를 넘을 경우 차액을 연결 기준 보통주자본에서 차감한다.

신한금융의 지난해 말 기준 보통주자본은 28조7천100억 원으로 공제 한도는 10%인 2조8천710억원이다.

여기서 신한생명과 카디프생명 등 금융회사 보통주에 대한 투자액 1조7천520억 원과 이연법인세 자산, 모기지서비스권리 등 또 다른 공제 항목을 제외하면 남은 공제 한도는 6천940억 원이다.

오렌지라이프 지분 인수에 투입된 2조2천310억 원에서 남은 공제 한도를 빼면 신한금융은 1조5천370억 원을 올해 1분기 보통주자본에서 차감해야 한다.

차감 후 신한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은 지난해 말의 12.6%에서 12.1%로 떨어진다.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를 완전자회사로 편입할 경우 차감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은행업 감독업무 시행세칙은 금융회사 보통주에 대한 투자액과 이연법인세자산, 모기지서비스권리가 보통주자본의 10% 한도 내에서 차감한 후 합산했을 때 보통주자본의 17.65%를 넘으면 그 차액을 추가로 차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오렌지라이프 잔여 지분 가치는 약 1조5천400억 원으로 추산되며, 신한금융이 이를 인수하면 그대로 금융회사 보통주에 대한 투자액으로 잡힌다.

먼저 10% 초과 차액을 연결 기준 보통주자본에서 차감해야 하는 데 따라 2조6천540억 원이 보통주자본에서 빠진다.

여기에 보통주자본의 17.65% 초과분에 대한 추가 차감까지 이뤄지며 총 4조40억 원이 오렌지라이프 완전자회사 편입으로 보통주자본에서 차감된다.

차감 후 신한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은 10.8%까지 하락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은행업 감독업무 시행세칙에 따라 17.65% 초과분에 대해 보통주자본에서 추가 차감을 해야 한다"며 "신한금융이 재무 부담을 덜기 위해 오렌지라이프를 당장 100% 인수하지 않고 속도를 조절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전환우선주 발행과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자본비율 하락을 막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신한금융이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전환우선주를 전액 오렌지라이프 인수에 사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전환우선주 발행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고, 매입한 자사주를 오렌지라이프 주식 교환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신한금융의 연간 이익을 3조4천억 원, 배당 성향을 25%로 보면 매년 2조6천억 원이 축적된다"며 "매년 보통주자본비율이 49bp씩 올라가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우리금융 역시 비은행 부문 강화를 이유로 지주사를 출범한 데 따라 자본비율이 급락할 전망이다.

우리금융은 지주사 체제 전환에 따라 자본비율을 내부등급법이 아닌 표준등급법으로 적용해야 한다.

단순한 평가 방식의 변경이지만, 우리금융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은 3.8%p가량 떨어지는 것으로 추산됐다.

내년 초부터 내부등급법을 다시 적용하겠다는 목표대로라면 일시적인 비율 하락을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지만, BIS 비율이 낮으면 M&A용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하거나 위험자산이 많은 금융회사를 사들이기도 어려운 게 문제다.

지주사로 전환하며 비은행 부문 강화를 꾀하는 우리금융은 여러 건의 M&A를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미 부동산신탁사와 자산운용사, 저축은행, 그리고 증권사에 대한 인수 의지를 밝힌 우리금융은 현재도 다수의 실사를 진행 중이다.

M&A를 위한 몸집 불리기가 시급한 데 따라 우리금융은 지난해 배당성향을 21.5%로 2017년보다 5.2%포인트 낮추기도 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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