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미국 증시의 급락 징조를 미리 확인하려면 이제는 정크본드 대신 한 단계 위인 'BBB'등급 회사채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한다고 노무라증권이 25일 주장했다.

노무라증권의 산하 분석기관인 노무라종합연구소는 그동안 미국 증시의 하락세를 예견하는 지표로 정크본드가 활용됐지만, 작년 말에는 이런 관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노무라종합연구소의 기우치 다카히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BBB 등급 회사채는 채권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라며 "이 등급 채권이 조정 경고 신호를 이미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기우치 수석이 주목하는 것은 만기가 같은 미국 국채와 BBB 등급 회사채 간 스프레드(금리 격차)다. 이들 자산 간 스프레드는 지난 2018년 초부터 점점 벌어지기 시작했다.

기우치 수석은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BBB 회사채 시장의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더 많은 기업이 투기등급 바로 위 단계의 채권시장으로 들어올수록 투자심리가 급변할 때 더 강력한 여파가 발생할 것이고 이에 따라 기업 신용등급이 줄줄이 내려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적격등급 채권에만 투자하게 돼 있는 자산운용사는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하면 등급이 내려간 채권을 던질 수밖에 없고 투매가 나타나게 될 것"이라며 "시장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BBB 회사채 비중이 유달리 커진 곳은 유럽 채권시장이다. 유럽은 지난 2000년대만 해도 전체 회사채 시장에서 BBB 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수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약 절반까지 급증했다.

기우치 수석은 "많은 투자자가 BBB 채권이 보내는 경고 신호를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들은 정크본드 시장에만 주목하도록 훈련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크본드와 미국 국채 간 스프레드는 증시 조정의 전조로서 역할을 잘 했으나 작년 10월 글로벌 증시가 폭락하기 직전에는 오히려 금리 격차가 좁혀졌다며 10년간 이어진 저금리 환경에서 정크본드가 경기 흐름에 덜 탄력적으로 반응하게 된 것 같다고 진단했다.

기우치 수석은 "BBB 회사채 시장에선 이미 균열 조짐이 보인다"며 "BBB 회사채를 주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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