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경남 창원에 위치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사업장에 들어서면 즐비한 구식 건물들 사이로 주황색 외벽의 신식 건물 하나가 방문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지난 2016년 한화가 1천억원을 투입해 세운 엔진부품 신공장이다.

1만1천m²(3천310평) 규모로 조성된 이 신공장은 글로벌 제조사들의 최첨단 엔진 부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업계 최초로 '스마트팩토리'를 표방하며 설립됐다.







<창원사업장 전경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기자가 지난 16일 찾은 창원사업장에서 가장 먼저 마주친 것은 직원이 아닌 무인운반로봇(AGV·Automated Guided Vehicle)이었다.

소형 승용차 크기의 주황색 AGV는 미리 입력된 생산 계획에 따라 자재창고에서 꺼낸 제품들을 정해진 위치로 분주히 옮기고 있었다.

다른 쪽에서는 날렵하면서도 견고해 보이는 '로봇팔'이 절삭공정이 끝난 엔진 부품의 표면을 정밀 가공하는 작업을 연속적으로 벌이고 있었다.

로봇팔이 작업을 완료하면 AGV가 이를 밀링과 용접, 세정 등 다음 공정이 준비된 작업장으로 이동시키는 작업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식이다.

이렇다 보니 과거 작업자들이 검사와 치수 측정, 제품 이동 등 대부분의 절차에 관여했던 풍경은 이제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제품을 나르고 있는 AGV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자동조립로봇과 연마로봇 등 첨단장비 80여대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덕분에 창원사업장은 각 공정을 24시간 '풀가동'하는 데도 성공하고 있다.

흡사 로봇 전시장을 연상케 하는 이 모습이 바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자랑하고 있는 유연생산시스템(FMS)이다.

정보통신(ICT) 등의 분야와 달리 이 분야에서는 스마트팩토리를 시도했던 업체는 없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스마트 팩토리에 대한 투자를 결정하고도 초기 벤치마크 대상을 찾는 것에서부터 '난항'을 겪은 이유기도 하다.

그러나 김상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사업장 사업장장은 "이 정도 크기의 공장이라면 통상 100여명 이상의 직원이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자동화라인의 도입으로 인력 규모를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항공기의 '심장'으로 불리는 엔진에 들어가는 부품은 제조업 가운데서도 가장 까다로운 수준의 품질을 요구한다.

이곳에서 제작하는 항공엔진 부품은 첨단 항공엔진의 케이스와 엔진 내부 회전부에 들어가는 초정밀 가공품이다.

감 사업장장은 "항공기 엔진 부품 특성상 1천400도 이상의 고열을 견뎌야하는 니켈 ·티타늄과 같은 난삭 소재를 가공해야 한다"며 "제품에 따라 머리카락 굵기의 100분의 1인 미크론(1000분의 1mm) 단위 오차까지 관리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실내 작업장 온도는 늘 21도 내외로 철저히 관리된다.

온도가 통제 범위를 벗어날 경우 금속재료의 미세한 팽창으로 정밀 조립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다.

사업장 내외부의 컨디션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세팅된 모니터에는 사업장 온도 변화는 물론, 전력 사용량과 절삭유 사용 현황 등의 세부 정보까지 한꺼번에 표시되고 있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곳에 2016년 자동화 라인을 신축하고, 미국 GE의 차세대 엔진인 리프(LEAP) 엔진부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2017년에는 미국 P&W의 GTF 엔진에 장착되는 일체식 로터 블레이드 3종과 GE의 LEAP엔진용 디스크 등을 생산하는 등 고부가 핵심 부품도 담당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생산부장인 남형욱 상무는 "모든 현장의 데이터를 수집해 각 공정 상태와 제품의 위치 등을 3D 시스템으로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한 '디지털 트윈'을 갖추고 있다"며 "향후 데이터 분석을 통해 품질불량과 우발적 설비 이상을 사전 예방하는 AI 지능화 단계까지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인도와 베트남 등 해외에서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스마트팩토리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스마트팩토리 운영 경험을 통해 확보된 제조 경쟁력을 기반으로 지난 2015년부터 미 P&W의 차세대 엔진인 GTF엔진국제공동개발(RSP)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성과도 올렸다.

글로벌 항공엔진 제작사의 핵심 파트너로 인정받은 점이 최근 연이은 대규모 수주로도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지난 1월 P&W로부터 약 40년에 걸쳐 약 17억달러(한화 약 1조9천억원) 규모의 최첨단 항공기 엔진부품 공급권을 획득하는 등 최근 5년간 GE와 P&W, 롤스로이스 등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세계 3대 항공엔진 제조사에서 받은 수주만 21조가 넘는다.

이에 대해 유동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사업본부장은 "일체식 로터 블레이드와 고압터빈디스크 등 부가가치가 높은 회전체 제품들을 본격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첨단 생산라인을 구축함으로써 가능했던 수주였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12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직접 준공식에 참석하며 관심을 끈 베트남 하노이 항공엔진 부품 신공장도 본격 가동할 방침이다.







<3차원 검사기를 통해 엔진부품을 측정하는 모습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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