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두산중공업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면서 유동성 위기를 일단 넘어섰지만, 아직도 갚아야 할 돈이 적잖게 남아 있어 이에 대한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신용등급을 재조정하면서도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남겨둔 탓에 추가 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은 남아있다.

투자은행(IB)과 신용평가업계에서는 8천억 원 규모에 달하는 전환상환우선주(RCPS)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처리 방향이 향후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문제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업계와 시장에서는 두산중공업이 최근 실시한 유상증자를 당장 급한 불을 끄는 조치에 불과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최근 유상증자를 통해 4천7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이중 4천200억원을 운영자금으로, 500억원을 신재생에너지 부문의 투자금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지난 23일 상환했던 900억원의 회사채를 시작으로 연내 만기도래하는 4천200억원 규모의 회사채와 유동화채권 등에 대응하겠다는 게 두산중공업의 계획이다.

문제는 지난 2014년 말 발행한 RCPS 3천730억원을 올해 상환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두산중공업은 RCPS를 발행하면서 일정 시점이 지나면 금리 수준을 올리는 스텝업(Step-up) 조항을 뒀다.

연 5.48%의 수익률을 보장해 주기로 해 발행한 RCPS는 5년 이후 연간 0.75%포인트(p)씩 금리를 가산한다.

5년 이후부터 금리가 이처럼 올라가는 스텝업 조항을 둔 것은 사실상 상환을 전제로 한 것이다. 실질적으로는 5년 만기 회사채와 같은 구조인 셈이다.

또 신용등급이 'BBB+'를 밑돌 경우 1.5%p, 자회사에 연간 600억원 이상 출자할 경우 1.5%p의 금리를 추가로 주도록 했다.

발행 이후 5년이 경과한 시점부터 두산중공업에게는 매우 불리한 조건이다.

아울러 증자 이후 주가가 6천원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환권의 행사도 사실상 쉽지 않다.

이와 함께 2022년으로 예정된 5천억원 규모의 BW 만기에 대응해야 되는 점도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두산중공업은 BW를 발행하면서 3년 후 풋옵션 행사가 가능하다는 조건을 걸었다.

BW가 지난 2017년 5월 발행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5월까지 두산중공업은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신평사 고위 관계자는 "RCPS의 경우 그간 차입금으로 잡히지는 않았지만, 현실적인 조건을 감안하면 연내 상환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를 고려하면 재무 여력은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IB 고위 관계자도 "8천억원 규모인 RCPS와 BW에 대한 대응이 남은 만큼 재무구조 개선 작업은 이제 시작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신평사 관계자는 "유상증자에도 차입금 상환 플랜이 여전히 미비하고 두산건설 지원 리스크도 잠재해 있는데다 실적 개선을 낙관하기 어려운 점 등은 다시 유동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두산중공업의 신규 수주는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에너지 정책 추진 여파로 2016년 8조1천억억원에서 이듬해 5조1천억원으로로 급감했다.

올해 3월 말 기준 두산중공업의 별도기준 총차입금은 5조1천305억원으로 지난 2014년(2조7천491억원)과 견줘 2배 가까이 확대됐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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