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언급한 새로운 정책 수단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이 총재 발언의 맥락을 짚어보면 새로운 수단은 금융시장에 대한 한은의 통제력, 나아가 감독 권한까지 의미할 수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4일 한은에 따르면 이주열 총재는 전일 2019년 한국은행(BOK) 국제컨퍼런스 개회사에서 "글로벌 연계성 확대로 통화정책 운영여건이나 파급영향이 크게 달라지고 있는 만큼 통화정책 운영에 개선할 점이 없는지 살펴보고 새로운 정책 수단을 개발하는 데도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다만 통화정책의 개선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여기서 이야기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주열 총재가 개선점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개회사의 내용을 토대로 새로운 정책 수단이 의미하는 바를 추정할 수 있다.

이 총재는 개회사에서 통화당국이 직면하는 전통적인 '트릴레마(trilemma)' 문제가 '딜레마(dilemma)' 문제로 변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은행이 직면하는 정책 환경이 트릴레마가 아니라 딜레마라는 분석은 헬렌 레이 런던비즈니스스쿨(LBS) 교수가 수년 전부터 제기한 주장이다.

트릴레마는 자유로운 자본 이동과 통화정책의 독립성, 환율의 안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없다는 경제학의 원리다. 중앙은행은 환율의 안정을 의미하는 고정 환율제를 포기하고 변동환율제를 택해 나머지 두 개를 얻을 수 있다.

반면 딜레마는 변동환율제와 통화정책 독립성 두 가지도 동시에 달성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영향력이 너무 막강하기 때문에 변동환율제로 이를 방어할 수 없으며, 통화정책의 독립성은 거시건전성조치나 자본 흐름에 대한 관리를 통해 달성해야 한다.

이에 따르면 이주열 총재의 새로운 정책 수단이 무엇인지 유추할 수 있다.

현재 한은은 기준금리 조절이라는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금리 조절을 통해 물가 목표 달성과 금융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는 역부족인 것이 현실이다.

물가 목표를 고려하면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지만 금융 안정은 반대로 금리 인상 방향을 가리킨다. 한은은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고민하다 통화 정책의 일관성 부재·실기론 등 각종 비판에 시달렸다.

금융시장의 한 관계자는 "물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는 기준금리 조절이 있지만, 금융안정이 한은의 새로운 목표로 추가된 뒤에도 정책 수단은 그대로"라며 "한은을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책임에 맞는 정책 도구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안정을 위해 한은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행법 88조에 따르면 한은은 금융감독원에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 또는 공동검사를 요구할 수 있고, 81조에 따르면 지급결제제도에 대한 운영 및 감시 권한이 있다.

한은법 96조의 금융안정보고서 작성 및 국회에의 제출 의무도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강태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 연구위원은 "(금융안정 수단으로) 한은에 아무것도 없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한은의 금융안정보고서는 구조적 위험과 거시건전성 리스크를 가장 먼저 짚어주고 논의를 선도하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정책 툴도 필요하겠지만 오히려 툴이 없기 때문에 한은이 객관적이고 엄중하게 방향을 제시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jhha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