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조치가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배제로 확장된 가운데 일본계 은행들이 우리 기업의 자금줄까지 건드릴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국내은행이 체력을 키우면서 최악의 사태에 대한 대비는 충분한 것으로 진단됐다. 높은 국제 신용도와 네트워크로 여신 안전망을 확보했다는 이유에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4대 은행 중 신한·국민·하나은행의 국제신용평가사 S&P 기준 장기 신용등급은 'A+'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 평가사로부터 'A' 등급을 받았다. 정부와 공기업 등을 제외한 기업군에서는 삼성전자 다음으로 국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국제 신용도를 자랑한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에서 'Aa3', 피치(Fitch)에서 'A' 등급을 나타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역시 안전성을 인정받는 'Upper-Medium'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진출한 일본은행의 국제신용등급은 오히려 이보다 낮다. 엠유에프지(MUFG) 은행은 S&P 기준 등급이 A이고 무디스 A1, 피치는 A다. 미즈호은행, 미쓰이스미토모은행도 동일하다.

일본은행들의 신용등급이 2010년대 초반을 정점으로 점차 하락세인 반면 우리나라 은행들은 최근 각 신용평가사에서 신용등급이 올라가는 점도 눈에 띈다. 성장과 내실을 동시에 키운 노력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셈이다.

NH농협은행과 IBK기업은행도 4대 은행과 어깨를 견줄만한 신뢰를 받고 있다.

국내 은행들의 높은 국제신용도는 일본과의 총성 없는 경제 전쟁에서 안전망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일본계 은행 4곳의 국내 총여신은 18조원가량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의 관계자는 "국내 은행의 신용도가 국제적으로 일본보다 높은 수준이다"며 "원화에 대한 기업 여신은 걱정할 필요가 없고 외화라 하더라도 바로 조달해 공급하는데 원활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국제적인 기축통화에서도 엔화의 위상이 달러 대비 크게 못 미친다"면서 "엔화가 필요한 기업이 있더라도 역외에서 달러만 있으면 얼마든지 엔화를 끌어올 수 있고 기업이 결제통화를 달러로 바꾸는 미세조정만 돼도 무리가 없다"고 했다.

4천억달러가 넘는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도 유사시 외화 유동성을 높여줄 안전장치다. 금융당국은 일본의 경제보복이 금융으로까지 확산하는 최악의 상황이 나타날 가능성이 작지만, 영향도 제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추이를 지켜보는 모습이다.

한 은행의 관계자는 "일본 경제보복이 산업계에 직격탄을 미치면 은행도 자금공급으로 역할을 할 것이다"며 "정책자금의 지원 등이 나오면 은행의 리스크도 대폭 경감돼 여신 공백을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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