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달러-원 환율 급등이 채권 강세를 되돌리는 것은 아닌지 서울채권시장 참가자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채권 강세는 달러-원 환율이 일정 범위 내에서 움직인다는 암묵적인 가정하에 나타난 현상이고, 이 가정이 깨진다면 채권시장 상황도 급변할 수 있다는 우려다.

13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일부 참가자들은 환율의 추가 상승으로 인한 채권시장 자금 이탈을 우려하고 있다.

증권사의 한 채권운용 본부장은 "환율이 더 상승하면 한국도 컨트리 리스크(country risk)가 발생할 수 있다"며 "채권 강세의 전제조건은 환율 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환율이 급격하게 망가진다면 주식과 채권의 매도세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원화와 채권, 주식이 모두 매도세인 '트리플 약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른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도 "아무래도 환율이 불안정하면 자본유출위험이 커진다"고 우려했다.

단순 계산으로 환율이 1,150원에서 1,250원으로 오르면 상승률은 8.7%다. 외국인 입장에서 채권금리 하락으로 얻는 수익을 환율 손실로 잃을 수 있다는 얘기다.

환율이 1,150원에서 1,300원까지 오르는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하면 환율 손실은 13%에 달한다.

채권 시장의 우려는 금융 당국의 최근 발언들과도 상통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6일 "외환시장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총재의 발언 전날에는 외환당국이 환율 급등을 '이유없는 비정상적 급등'으로 지칭하며 구두개입을 단행하기도 했다.

과거 환율 상승을 국내 채권 매수 기회로 여기고 진입하던 외국인도 지난달은 투자를 줄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은 7월 4천210억 원의 상장채권을 순회수했다.

또 연합인포맥스 투자자 매매추이(화면번호 3302)에 따르면 연초 이후 외국인의 10년 국채선물 누적 순매수 계약 수는 지난 6월 5일의 4만8천499계약에서 8월 12일 약 3만 계약으로 떨어졌다.

3년 국채선물 누적 순매수 계약도 6월 7일 6만529계약에서 2만 6천계약 수준으로 줄었다.

신얼 SK증권 연구원은 "올해 2분기까지 적극적으로 유입하던 원화채권 순투자액이 3분기부터는 실종됐다"고 말했다.

그는 "보다 중요한 것은 달러-원이 크게 절하된 사실"이라며 "(환율 상승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던 외국인이 투자를 멈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재정거래 유인은 있는데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지는 않고 있다"며 "현재 환율이 더 오를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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