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윤구 기자 = 올해 상반기 국내 보험사들의 성적표는 참담했다.

저금리 장기화로 역마진 우려가 커진 가운데 저조한 운용수익률은 물론 두 자릿수 실적 감소세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보험연구원은 올해 국내 보험사의 수입보험료가 전년보다 0.7%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애초 0.8%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으나, 감소 폭을 0.1%포인트 하향 조정했으며 2017년부터 3년 연속 역성장을 하고 있다.



◇ '제자리걸음' 운용수익률에 역마진 우려도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24개 생명보험사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2조1천28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2.4% 감소했다.

저축성보험 지급보험금이 늘면서 보험영업손실이 증가했고, 저금리 기조로 투자영업이익도 줄었기 때문이다.

특히 한화생명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61.8% 감소한 934억원에 그쳤다. 이에 한화생명 주가는 지난 16일 역대 최저가인 2천215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주요 손보사들의 당기순이익도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다.

자동차·실손보험의 손해율 악화와 운용수익률 부진, 판매비 증가 등이 실적 악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주가도 연중 최저가를 나타냈다.

특히 국내 생명보험사의 운용수익률은 제자리걸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5월 말 기준 국내 24개 생명보험사의 평균 운용자산수익률은 3.6%에 머물렀다.

지난해 금리 인상 기대감에 잠깐 3.7%로 반등했지만, 0.1%포인트 하락한 이후 1년 가까이 변화가 없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1.75%에서 1.50%로 0.25%포인트 내리면서 8개월 만에 금리 방향을 바꿨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2.5%에서 2.2%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2000년대 초반까지 5~9%의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판매한 생보사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고객에게 정해진 금리를 돌려줘야 하는데 금리가 하락해 자산운용 수익률이 떨어지면 역마진 폭이 확대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리하락으로 보험사의 운용수익률이 제고될 가능성이 작아졌다"며 "과거에 고금리 확정형 상품이나 높은 최저보증이율 제공하는 상품을 많이 판매한 보험사의 역마진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 환 헤지 비용과 규제에 발목 묶인 해외투자

운용수익률 개선을 위해 해외채권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5월 말 기준 국내 생보사의 외화유가증권 투자 규모는 108조9천483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11.3% 증가했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보험사들이 해외채권 비중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한화생명이 26조6천762억원으로 가장 많고 교보생명 18조3천443억원, 삼성생명 17조2천224억원, 농협생명 13조5천262억원 순이다.

그러나 환율 상승에 따른 환 헤지 비용 증가와 더불어 규제에 묶여 보험사들은 투자 한도에 직면하고 있다.

보험업법 106조에 따르면 보험사가 해외 유가증권 투자 비중을 일반계정 자산의 경우 30%, 특별계정은 20% 이내로 제한했다.

금융위원회가 2015년 해외투자 30% 비중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관련 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에 상정되지 못한 채 아직도 계류 중이다.

운용수익률 제고와 함께 2022년 새로운 보험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산과 부채 듀레이션을 줄이기 위해 해외채권에 투자해야 하지만, 환 헤지 비용 부담과 규제에 가로막혀 있는 상황이다.

다만, 지난 23일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험사의 해외자산 소유 비율을 50%로 완화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해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환 헤지 여건 악화와 규제 등의 이유로 보험사가 초장기 원화 국채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이는 장기 금리 하락으로 연결돼 자본관리를 더 어렵게 만들어 운신의 폭이 좁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yg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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