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강수지 기자 = 달러-원 환율이 박스권에 갇힌 가운데 서울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거래 의욕도 바닥을 치고 있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5일 글로벌 정치·경제 불확실성에 달러-원 하단이 제한된 가운데 외환 당국의 개입 경계심리에 상단도 막힌 상황이라며 당분간 시장이 거래 동력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다.

연합인포맥스 달러-원 거래 종합(화면번호 2110)에 따르면 지난 8월 5일 달러-원이 1,220원을 처음 돌파한 이후 환율은 박스권에 갇혔다.

달러-원은 대체로 하단은 1,203원 선에서, 상단은 1,218원 선에서 번번이 막혔다.

시장은 1,205원 부근에서 저가매수로, 1,215원 부근에서는 롱 포지션 정리로 대응하며 스스로를 레인지에 가둔 모습이다.





이들은 최근 달러-원 움직임은 글로벌 통화 움직임과도 동떨어진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A 시중은행의 외환 딜러는 "1,215원이면 당국 관리 레벨 근처라 투자자들이 심리적으로 불편함을 느낀다"며 "불확실성 지속으로 리스크 오프 분위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롱(매수)으로 가야겠지만, 추격매수에 나선들 얼마나 먹을 수 있겠냐는 회의가 있다"고 말했다.

B 시중은행의 외환 딜러는 "위안화가 사상 최고점을 찍는 상황에서 달러-원 흐름은 글로벌 통화대비 많이 못 움직였다"며 "일중 거래량이 70억 달러 이상으로 늘지 않는 등 거래 자체가 활발한 느낌이 없다"고 전했다.

실제로 미·중 무역갈등과 영국의 노딜 브렉시트 우려, 한국의 금융통화위원회 등 대내외 이벤트로 글로벌 환율 변동성이 컸던 지난 일주일간 달러-원 일평균 거래량은 약 57억 달러로 하루 거래량이 60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환율에 대한 타깃이 없다면서도 상단을 막기만 하는 당국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C 외국계 은행의 외환 딜러는 "롱플레이를 하다 다친 곳이 많아 거래량이 쉽게 늘지 않고 있다"며 "롱을 세게 잡으면 항상 당국이 끌어내려 8월엔 다들 수익이 좋지 않아 몸 사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1,230원까지는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열어줘도 될 것 같은데 거래 폭을 엄격하게 두고 있는 듯하다"며 "1,220원 아래에서 계속 막히다 보니 위로 올라가려는 에너지는 더욱 응축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시장 참가자들은 안정을 중시하는 외환 당국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라면서도 최근 기획재정부 부총리와 1차관 등의 발언 강도가 달라진 점에 주목했다.

특히 김용범 제1차관은 취임 후 시장 안정을 위한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원화가 위안화 움직임의 영향을 받아 과도한 변동성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하는 등 어느 정도 연동은 용인할 수밖에 없다는 기존 입장과 결이 다른 발언을 내놓으며 당국에 맞서지 말라는 인식을 시장에 심어줬다.

C 딜러는 "당국 입장에서는 안정성과 거래량 중 하나를 택하라면 당연히 안정성을 택할 것이다"며 "신임 국금국장도 인터뷰에서 환율 안정 의지를 최우선으로 표명했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참가자들은 당국이 보수적으로 막기만 한다면 위로 올라가려는 시장의 힘이 응축될 뿐만 아니라 개입 효과도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s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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