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제경제부 = 16일(미국시간)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시설에 대한 공격으로 유가가 폭등하고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된 여파로 하락했다.

미 국채 가격은 유가가 치솟고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복귀해 상승했고, 달러화 가치는 혼조세를 보였다.

뉴욕 유가는 전장 대비 14.7% 폭등해 정규 장을 마감했다.

사우디 국영 석유 기업 아람코의 주요 시설이 무인기 공격으로 사우디 산유량의 절반, 전 세계 공급량의 5%에 각각 해당하는 하루 570만 배럴의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원유 공급 차질 우려로 브렌트유가 장중 한때 사상 최고치인 전장대비 19.5% 폭등하는 등 원유 시장은 극심한 불안에 노출됐다.

유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략비축유 방출 지시로 상승 폭을 다소 줄이기는 했지만, 이번 공격의 배후가 이란이라는 주장이 속속 나오면서 재차 상승했다.

사우디군은 이번 공격에 사용된 무기가 이란 것이라는 초기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이 이번 공격에 순항미사일이 사용됐으며, 이것이 이란에서 발사된 것이란 정보를 사우디와 공유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도 공격 책임이 이란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발언을 내놨다.

그는 이란이 과거 미국 드론 격추 당시에도 거짓말을 했다면서, 이번 공격과 관련이 없다는 이란 주장을 반박하는 글을 트윗에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는 검증(결과)에 따라 장전 완료된(locked and loaded) 상태"라며 군사 공격을 감행할 준비가 돼 있음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전쟁을 해야만 한다면 미국은 준비가 돼 있다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이란과의 외교 노력이 "마지막 12초 전까지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대화의 문을 열여 두기도 했다.



◇ 주식시장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42.70포인트(0.52%) 하락한 27,076.82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9.43포인트(0.31%) 내린 2,997.96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3.17포인트(0.28%) 하락한 8,153.54에 장을 마감했다.

시장은 지난 주말의 사우디 석유 시설에 대한 공격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유가 폭등으로 에너지 기업주가 강세를 보였지만 전반적인 투자 심리는 위축됐다.

이번 공격으로 중동 지역 무력 충돌 우려가 한층 커진 점이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억눌렀다.

유가가 계속 급등하면 그렇지 않아도 둔화한 세계 경제에 더욱 큰 부담이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여기에 중국 경제 지표도 또다시 부진했다.

중국의 8월 산업생산은 전년 대비 4.4% 증가했다. 다우존스가 조사한 전문가 예상치 5.2% 증가를 크게 밑돌 뿐 아니라 2002년 2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유가 급등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중앙은행 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리 선물 시장에 반영된 이번 달 금리 동결 기대는 이날 30% 이상으로 급등했다.

미·중 무역 문제와 관련해서는 긍정적 기대가 유지됐다.

중국이 미국산 대두를 추가 구매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일부 외신은 또 미 무역대표부(USTR) 대변인이 오는 목요일 중국과 미국의 실무진급 회담이 워싱턴 D.C에서 열린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날 업종별로는 에너지가 3.29% 급등했다. 반면 재료 부문은 1.63% 내렸고, 기술주도 0.27% 하락했다.

이날 발표된 미국 경제지표는 부진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9월 엠파이어스테이트 지수가 전월 4.8에서 2.0으로 내렸다고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인 3.0에도 못 미쳤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중동 위험 및 유가 급등이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도, 추가적인 악재가 될 것인지에는 조심스러운 견해를 밝혔다.

푸르덴셜 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수석 시장 전략가는 "경제에 고통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어떤 사건도 주식 시장을 해칠 수 있다"면서도 "현재 이런 점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미국 산유량이 늘어는 데 따른 것"이라면서 "미국은 외부 영향에 훨씬 덜 취약하다"고 말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F 금리선물 시장은 이달 25bp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68.1%, 동결 가능성을 31.9% 반영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6.77% 상승한 14.67을 기록했다.



◇ 채권시장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이하 미 동부시간)께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 종가보다 5.8bp 내린 1.843%를 기록했다. 최근 3주 동안 가장 큰 하루 하락 폭이다.

국채 30년물 수익률은 전장보다 6.3bp 하락한 2.311%를 나타냈다.

통화 정책에 특히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 거래일보다 3.6bp 떨어진 1.765%에 거래됐다.

10년물과 2년물 격차는 전장 10.0bp에서 이날 7.8bp로 축소됐다.

국채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최대 석유 시설 두 곳이 예멘 반군이 자기네 소행이라고 주장한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가동이 잠정 중단됨에 따라 최근 물러났던 미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 선호가 다시 강해졌다.

지난주 10년과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2013년과 2009년 이후 가장 큰 주간 상승 폭을 기록할 정도로 최근 국채 값이 큰 폭 하락했지만, 이날 상승세로 복귀했다.

유가 급등이 강한 인플레이션을 이끌 수 있다는 예상에 10년 만기 물가연동국채(TIPs) 강세가 두드러졌다. 인플레이션 기대를 나타내는 10년물 국채와 물가연동국채 간 수익률 격차(BER)는 더 확대됐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으로 글로벌 성장 둔화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17~18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회의를 앞두고 국제 유가까지 급등해 성장 부담 요인이 가중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미국 경제가 탄력적인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어 연준이 전면적인 완화 사이클을 이행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미국 경제에 미치는 글로벌 위험 증가를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방기금 선물시장에서 트레이더들은 이번 주 25bp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65% 반영하고 있다. 한 달 전 100%에서 후퇴했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킷 주케스 글로벌 매크로 전략가는 "사우디 석유시설 공격 이후 공급이 얼마나 빨리 회복될지, 추가 공격을 막을 수 있을지, 더 폭넓은 지정학적 암시는 무엇일지 등 3가지 질문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이르면 오늘 잃어버린 생산량의 3분의 1을 복구할 수 있을 것이란 일부 사우디 주장에 회의적이지 않은 사람이라도 향후 가격 상승에 리스크 프리미엄이 붙을 수밖에 없음을 안다"며 "글로벌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유가의 발목을 잡기 시작했지만, 이런 리스크 프리미엄이 반대로 가면서 글로벌 성장에 또 다른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어드바이저 에셋 매니지먼트의 스콧 콜리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연준이 과거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실행한 조치를 이번에는 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며 "유가가 오르면 단기 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될 수 있지만, 고유가가 장기화하면 상품과 서비스 수요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점을 연준이 걱정한다"고 덧붙였다.



◇ 외환시장

연합인포맥스(6411)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이하 현지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엔화에 달러당 108.090엔을 기록, 전장 뉴욕 후장 가격인 108.113엔보다 0.023엔(0.02%) 내렸다.

유로화는 달러에 유로당 1.10072달러에 움직여, 전장 가격인 1.10771달러보다 0.00699달러(0.63%) 하락했다.

유로는 엔에 유로당 118.96엔을 기록, 전장 119.75엔보다 0.79엔(0.66%) 떨어졌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한 달러 인덱스는 전장보다 0.43% 오른 98.609를 기록했다.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주요 석유 시설과 유전이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은 뒤 글로벌 원유 공급 우려가 불거지면서 안전자산 선호가 커졌다.

달러는 더 안전통화로 여겨지는 엔에는 약세를, 상대적인 위험통화로 불리는 유로에는 강세를 나타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 비축유 방출 승인이 투자심리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돼 극심한 안전통화 강세는 물러났다.

이날 국제 유가는 15% 가까이 급등했다.

MUFG의 리 하드만 분석가는 "공급 측면 쇼크와 글로벌 긴장이 더 큰 우려로 이미 취약한 글로벌 경제에 반영됐다"며 "지역 내 지정학적 위험이 계속 고조되면 글로벌 경제의 하방 위험이 커지고, 고 베타의 이머징 마켓과 높은 수익률을 주는 통화에 비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된다"고 말했다.

BK 에셋 매니지먼트의 보리스 슐로스버그 외환 전략 매니징 디렉터는 "시장이 더 심각하게 요동치지 않았지만, 추가 공격이 있다면 또 다른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르웨이 크로네, 캐나다 달러, 러시아 루블 등 원유 수출 통화도 달러에 대해 장 초반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가 상승 폭을 반납하면서 결국 등락이 엇갈렸다.

금주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회의를 앞둔 점도 상대적인 달러 강세에 일조했다.

지난주 부양 패키지를 내놓은 유럽중앙은행(ECB)에 이어 이번 주 연준과 일본은행(BOJ)도 통화정책 회의를 연다.

연준은 금리 인하와 추가 완화를 모색한다는 신호를 줄 전망이며, BOJ는 부양책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유가가 가파르게 오르면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릴 수 있고 연준이 재차 금리를 인하하기 전에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다는 인식도 퍼져 달러에 힘을 보탰다.

금리가 하락하면 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에게 달러 매력이 떨어진다.

지난주 CFTC에 따르면 투기 세력은 연준 회의를 앞두고 달러 강세 포지션을 다소 줄였다.

슐로스버그 디렉터는 "연준이 협조적이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시장은 미리 달러 숏커버를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CLS의 마샬 기틀러 전략가는 "이번 공격이 의심의 여지 없이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고,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춘다"며 "이런 점이 달러 강세를 도왔을 수 있다"고 말했다.

키들러 전략가는 "최근 포지션을 보면 엔 롱 포지션이 늘어났는데, 이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긴장이 최근 완화했어도 다시 악화할 수 있음에 투자자들이 베팅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엔 롱 포지션이 아주 위험한 수준은 아니지만 비교적 높다"면서 "무역 긴장이 기대대로 다소 완화하면, 이런 포지션이 줄어들 여지는 아주 많다"고 덧붙였다.



◇ 원유시장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8.05달러(14.7%) 폭등한 62.9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5월 21일 이후 최고치다.

비슷한 시간 브렌트유는 전장보다 14.6% 폭등한 69.20달러에 거래됐다.

원유 시장 참가자들은 사우디 정유 시설에 대한 폭격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번 폭격으로 사우디 산유량의 절반가량인 하루평균 570억 배럴의 생산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세계 산유량의 5%를 차지하는 막대한 규모다.

대규모 생산 차질로 인해 원유 시장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심화했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이날까지 피해 생산량의 3분의 1을 복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아람코가 생산 능력을 대부분 회복하기까지는 여러 주가 걸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즉각적인 공급 차질 우려뿐만 아니라 중동 지역 무력 충돌에 대한 불안도 한층 커졌다.

예멘 반군 후티는 이번 폭격의 배후가 자신들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과 사우디는 이란이 이번 공격의 배후라면서 무역 보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런 불안으로 브렌트유는 장중 한때 전장 대비 19.5% 폭등하기도 했다. 이는 사상 최대 상승 폭이다.

WTI도 2008년 12월 이후 최대폭인 15.5% 급등하기도 하는 등 시장은 극심한 불안을 노출했다.

유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략 비축유 방출 가능성을 밝힌 영향으로 장 초반에는 10% 내외로 상승 폭을 줄이기도 했지만, 이란이 이번 공격의 배후라는 주장이 속속 제기되면서 상승 폭을 재차 확대했다.

원유시장 전문가들은 중동 지역 정세가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돼 유가 상승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S&P 글로벌 플래츠의 크리스 미들리 연구 부문 글로벌 대표는 "단기적으로 시장에 미칠 물리적 영향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면서도 "이번 사태는 시장을 거시경제 환경에 따른 약세장에서 벗어나도록 하고 리스크 프리미엄을 높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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