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지난 8월 개최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융통화위원들은 경기 하방 리스크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하를 주장한 2명의 금통위원 이외 다른 금통위원들은 경기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재정정책에 집중할 필요성을 언급하거나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이 17일 공개한 2019년 제16차(8월 30일 개최)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들은 글로벌 무역분쟁 상황이 악화하고 국내 경기 부진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A 위원은 "글로벌 경제는 무역분쟁이 심화하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저성장 기조가 더욱 고착되는 모습"이라며 "우리나라도 자체의 구조적 문제들과 글로벌 현안들이 맞물리면서 성장세가 약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B 위원은 "반도체 경기의 조정과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국제교역 위축으로 수출이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이는 제조업 침체를 통해 설비투자를 축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 온 미국경제에 대한 우려도 나타나고 있어 우리 경제의 하방 위험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C 위원은 "세계경제의 성장세 둔화가 지속되고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글로벌 리세션(global recession)에 대한 우려까지도 제기된다"며 "국내경제도 이러한 세계경제의 상황에 동조하여 성장세가 약화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D 위원은 "주요국 무역 갈등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는 가운데 글로벌 성장모멘텀 약화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큰 폭 반등하였으나 대부분 정부지출 확대에 기인하고 민간부문의 기여도는 오히려 낮아지는 등 하반기 성장전망에 대한 시사점이 전혀 고무적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 위원은 "세계교역 둔화가 지속되면서 주요국의 투자와 제조업 생산이 침체되며 실물 성장세에 부정적인 영향이 파급되는 모습"이라며 "최근 우리나라 성장전망 경로의 하방위험이 커지고 있고, 나아가 경제의 부진이 장기화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F 위원은 "세계경제 부진에 영향받아 최근 국내경제도 수출뿐만 아니라 설비 및 건설투자의 조정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섯명의 위원 가운데 B위원과 E위원은 기준금리를 25bp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A 위원은 경기 상황을 우려하면서도 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정을 통한 취약계층·실업자의 선별적 지원 ▲통화정책 사용시 부동산 시장 쏠림 우려 ▲환율 변동성 축소를 위한 재정정책의 우월성 등을 근거로 들었다.

F 위원은 연준의 통화정책에 주목하며 "연준의 통화정책이 우리 금융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감안,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지나치게 확대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가 추세에 관해서도 우려가 이어졌다.

B 위원은 "기조적 물가상승률도 지난 2∼3년간 점진적으로 하락하여 최근에는 목표수준 2%를 크게 밑도는 1% 내외에 머물러 있으며, 작금의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당분간 추세적인 상승동력이 나타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F 위원은 "지난해 대비 농축수산물 가격 안정, 최근 국제유가의 하락 등이 영향을 미치고 있으나, 근원인플레이션율도 0%대 수준을 보이고 있어 우려된다"고 평가했다.

환율 절하의 효과에 대해 자세하게 분석한 위원도 있었다.

D 위원은 "경기둔화 국면에서의 환율 절하는 경기와 물가에 대한 하방 리스크를 일정 부분 완충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반면 대외건전성이 확보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대외 충격 발생시 통화가치의 하락이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금융불안과 경제의 후생손실로 귀결되는 사례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의 경상수지 규모, 외채 구성, 민간과 공공부문의 해외자산 보유 규모 등을 기초로 판단할 때 우리나라의 대외건전성은 상당히 양호한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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