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최근 미국 레포(Repo·환매조건부채권)금리가 급등하는 현상이 벌어지면서 채권시장의 유동성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초단기금리인 레포금리가 뛰면서 증권 딜러들은 돈을 빌리고 국채를 보유하는 데 더 비싼 비용을 들이게 됐다. 이들은 위험을 관리하고 고객들의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레포금리 상승으로 이런 행동에 제약이 생기게 된 것이다.

신문은 "최근 몇 년 사이 채권 딜러들은 정부와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으로 시장을 조성하는 데 소극적으로 변해왔다"며 "많은 딜러는 레포 시장에서 빌린 돈을 채권 매입에 쓰곤 했는데 레포 금리가 뛰면서 채권 매입을 주저하는 움직임이 더 강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채권 투자자들은 유동성에 대해 특히 우려하는 경향이 있다. 채권시장은 중개 거래소가 있는 것도 아닌 데다 거래 상대방이 부족해지면 시장 스트레스가 극심해질 때 가격 차이가 벌어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통상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로 발행되는 여러 회사채 간 차이도 거래를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노던트러스트의 피터 이 단기 듀레이션 채권 디렉터는 "레포 금리가 계속 오른다면 시장을 조성하기 위한 자본 환경은 그만큼 훨씬 나빠진다"고 말했다.

그는 레포 금리가 계속 오를 때 채권 딜러들은 고객으로부터 어떤 채권을 매입하고 어떤 채권을 장부에 남겨둘지에 대해서 "더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다"며 이는 시장 스트레스가 강해질 때 거래를 더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된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분기 말을 맞아 법인세 수요가 집중되고 국채 입찰까지 겹치는 등 대규모 자금 공백이 발생하면서 레포 금리는 10% 가까이 치솟은 바 있다. 당시 많은 은행은 레포 시장에서 자금을 빌려주는 대신 일단 자금을 쟁여두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수십억달러의 유동성을 투입하겠다며 공격적인 개입에 나섰지만, 은행들이 빌려주는 레포금리는 여전히 연준의 레포 금리와 격차가 크다.

지난 4일 연준은 향후 몇 주간 만기 2주짜리인 단기 대출을 새롭게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은행들은 7일 470억5천만달러를 요청했고 연준은 이를 모두 받아들였다.

하지만 연준은 레포금리를 전통적인 수준인 약 1.9%로 책정한 반면 은행들은 종종 2.5% 수준으로 레포금리를 산정한다고 트레이더들은 지적했다. 중간 유통자인 주요 은행이 레포금리를 더 올림으로써 채권 거래 비용을 높이고 있다는 불만으로 해석된다.

신문은 경기 심리가 더 악화하면 채권 유동성 부족 문제는 더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면서 연준의 금리 인하가 동반될 때 채권 투자는 탄력을 받는데 현재 경기 환경은 채권 투자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경기가 더 약해지면 보유 채권을 정리하려는 베팅이 동시에 터져 나올 수 있다며 순간적인 매도 우위는 채권가격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세이지 어드바이저리의 마크 맥퀸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채권 시장의 유일한 유동성은 고객들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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