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손지현 송하린 기자 = 금융당국이 은행 신탁 판매상품으로 주가연계신탁(ELT)을 추가하면서 은행권은 우선 한숨 돌렸다는 반응이다. 다만, 은행의 신탁능력을 키우면서 사모시장 발전이 함께 가야 한다고 전했다.

국내 은행권 관계자들은 12일 금융당국이 내놓은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 최종안'에서 고난도·고위험 금융상품(고난도 금융상품)의 정의가 명확해진 점에 주목했다.

최대 원금손실 가능 비율이 20%를 초과하면서 투자자의 이해가 어려운 상품 중 사모펀드는 앞으로 은행이 판매할 수 없다.

다만, 고난도 금융상품 중 기초자산·공모·손실 배수 등의 조건을 충족한 주가연계신탁(ELT)은 허용한다. 은행권의 건의가 수용된 결과다. 은행권 신탁에서 ELT의 규모는 약 4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신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ELT가 포함돼 우선은 한숨 돌렸다는 분위기"라며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취임 초에 DLF(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 사태가 터져서 대책 방향성에서 은행권이 불리했다는 평가가 컸다. 결국 소통했고 건의가 받아들여졌다는 데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신탁 담당 부장은 "결국 조기상환이 안되면 잔고한도를 넘어 팔 수 없다"며 "수익을 내 한도가 발생한 만큼만 신규가 가능하다. 제한은 있지만, 그래도 원천 금지가 아닌 게 다행이다"고 안도했다.

일부 은행의 파생상품 판매가 은행권 전체 규제로 확대했다는 점, 저금리라는 거시경제적 상황과 맞물려 규제 시기가 좋지 않다는 점에서 불만도 여전하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이제 20% 이하의 원금 손실로 위험을 줄여놨다고 하면 약정수익률도 낮아질 수 있다"며 "위험을 감내하는 부분들 때문에 생겨난 금융공학 상품인데 지금 당장 보면 그전에 팔아왔던 상품들을 고객이 못 사게 된 셈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경기 전망은 어렵고 순이자마진(NIM)은 떨어져 수수료 부분이 민감해진 상황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DLF 파동이 컸던 만큼 지금은 규제 국면이지만, 다시 사모시장을 살리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주가연계 파생상품들이 이번에 은행권에서 건의된 것은 그만큼 해당 시장에 대한 고객들의 이해도가 높아 대중화했다는 뜻"이라며 "문제가 된 해외채권이나 이자율 등이 기초자산인 파생상품도 언젠가는 수요가 늘어나게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그는 "사모시장은 분명 위험을 내재하고 있지만, 기회를 다른 투자자들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이전 규제 완화의 취지 자체가 없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신탁에 ELT 판매 등을 허용하면서도 테마검사 등 감독은 강화할 방침이다. 은행들은 이에 맞춰 투자자 보호장치 등을 마련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DLF 피해자 등 시민단체는 실제 운영과 정보공개 등에서도 진일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에 상정된 피해사례 6건은 불완전판매, 은행 내부통제 부실 책임 등에 따라 40~80%의 배상 비율이 결정됐지만, 금감원은 세부 가감요인 및 배상비율 기준을 공개하지 않았다"며 "불완전판매조차 인정받지 못한 피해자들은 배상비율이 0%가 되는 문제가 남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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