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격돌이 예상되는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지배구조 사유화와 재무구조 부실을 카드로 공격에 나선 '조현아 연합군'에 맞설 방안들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주주들의 표를 잡기 위한 행보를 본격화했다.

특히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분신과 같이 아끼는 호텔 사업을 대거 정리하겠다고 공식화하면서 정면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진그룹은 6일 대한항공에 이어 7일 한진칼 이사회를 열어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 선보일 각종 대책을 쏟아낸다.

큰 틀은 재무구조 개선 방안과 지배구조 투명성 및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위한 지배구조 개선 방안이다.

이날 대한항공은 이사회를 열어 종로구 송현도 부지와 왕산레저개발의 매각을 올해 안에 마무리짓겠다는 안건을 의결했다.

한진칼은 또 7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칼호텔네트워크가 보유한 제주 칼호텔과 파라다이스호텔을 매각하는 안건을 의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부실 또는 비핵심 자산을 매각해 자금을 확보하고서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지만 공교롭게도 조현아 전 부사장이 애착을 보여온 곳들이다.

비록 무산되긴 했지만 조 전 부사장은 송현동 부지에 '7성급 호텔'을 짓는 사업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왕산레저개발도 조 전 부사장이 '땅콩회항' 사건으로 경영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직접 경영을 맡았던 곳이다.

칼호텔네트워크는 LA월셔그랜드호텔을 운영하는 대한항공의 자회사 한진인터내셔널과 함께 한진그룹 호텔사업의 양대 축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 이후 진행된 가족간 사업 조정 과정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은 조원태 회장에게 이들 자산과 사업을 떼어 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원태 회장이 칼호텔네트워크가 국내에 보유 중인 4개의 호텔 중 2곳을 매각 대상에 올리면서 조 전 부사장의 요구를 완전히 뭉갠 것으로 볼 수 있다.

조원태 회장이 '조현아 연합군'을 상대로 최고 수준의 강수를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진그룹 사정에 밝은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한항공과 한진칼이 주주들을 상대로 내놓는 지배구조 개선 방안도 조원태 회장 입장에서는 승부수다.

대한항공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거버넌스위원회도 설치하기로 했다.

이에 사내이사인 우기홍 사장이 위원직을 사임하고, 사외이사인 김동재 이사를 신규 위원으로 선임했다.

지주사인 한진칼 또한 이러한 기조에 동참할 것으로 전해진다.

한진칼은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를 위해 한진칼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하는 안건을 7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의결할 예정이다.

향후 조 회장은 한진칼 대표이사 직책을 유지하는 한편,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 중 한 명에게 넘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조 회장이 제시한 재무구조 및 지배구조 개선 방안이 지난해 초 주주총회를 앞두고 제시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의 다른 관계자는 "KCGI의 제안을 단순히 수용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중장기적 관점에서 수익성과 지배구조 선진화를 꾀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이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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