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이사회 투명성 강화…KCGI 공격 명분 약화

'부실' 호텔·레저사업 구조조정…조현아 경영능력 탓 부각

개발사업 재검토…반도건설 설 자리 없애기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조현아 연합군'의 약점을 파고들며 약한 고리 깨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과 사모펀드인 KCGI, 중견 건설사인 반도건설 등 '반(反) 조원태 공동전선'을 구축한 3자의 이해 관계를 공략해 내부 분열을 유도하려는 전략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진칼은 7일 이사회를 열고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및 경영 투명성 강화와 호텔·레저 사업을 전면 개편을 골자로 한 안건들을 의결했다.

지주사인 한진칼과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6~7일 열린 이사회를 통해 쏟아낸 향후 계획들을 보면, KCGI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는 한편, 기존 조 전 부사장의 관여했던 사업을 정리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진칼은 이날 이사회에서 자회사 칼호텔네트워크가 보유한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도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대한항공이 송현동 부지와 왕산마리나를 매각 대상에 올린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적자가 누적된 사업을 매각해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명목을 내세우고 있지만, 지난해 11월 특파원 간담회에서 조원태 회장이 "항공운송과 제작, 여행업, 호텔 등이 (핵심사업에) 포함된다"고 말한 점을 감안하면 예상보다 일찍 정리에 돌입했다는 평가도 있다.

'조원태 체제'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선 데 대해 조 회장이 '경고'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조 전 부사장은 왕산마리나를 직접 경영했을 뿐 아니라, 송현동 부지를 통해서는 '7성급 호텔' 건설을 추진하기도 했다.

칼호텔네트워크 또한 조 전 부사장이 복귀 후 경영을 맡고 싶다는 의사를 수 차례 표시했을 정도로 애착을 보이고 있는 계열사다.

다만, 이 사업들을 일제히 구조조정 목록에 올리면서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능력이 부족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위치한 윌셔그랜드센터와 인천에 있는 그랜드하얏트 인천도 사업성 검토에 나서기로 하면서 향후 조 전 부사장의 기반은 더욱 흔들릴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호텔사업을 집중적으로 정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데는 반도건설을 향한 경고도 포함됐다는 평가다.

한진그룹의 경우 별도로 건설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만큼, 반도건설이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낼 만한 곳은 호텔사업 등 일부에 국한돼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결국 이 부분을 과감한 정리에 나선 것은 반도건설 입장에서 한진칼 지분을 더 살 유인을 줄이려는 조치로 보인다.

반면, 한진그룹은 그간 지배구조 및 재무·수익구조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KCGI의 제안은 대부분 수용하며 유화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진칼은 KCGI의 비수익사업 정리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는 가운데, 완벽하지는 않지만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제안도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우선 한진칼은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기로 했던 이사회 규정을 개정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기로 했다.

3월 주총에서 조 회장은 대표이사는 유지하되 이사회 의장은 다른 사외이사에게 넘길 것으로 보인다.

또 한진칼은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한다.

이로써 한진칼은 대한항공과 진에어 등 주요 그룹사의 보상위원회와 거버넌스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게 됐다.

한진그룹은 이들 계열사의 이사회 의장도 이사회에서 선출하도록 할 예정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KCGI의 요구는 들어주는 모양새를 취하는 가운데, 조 전 부사장이 관심을 보였던 사업을 대거 정리하면서 내부 '불협화음'을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조 전 부사장과 KCGI의 입장 차이를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진그룹은 그룹 내 비핵심자산과 비주력사업을 정리하는 기조를 그룹 전반으로 확대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동시에 핵심사업에 대한 집중도를 높일 계획이다.

㈜한진 소유 부동산과 그룹사 소유 사택 등 국내외 부동산 뿐 아니라 국내기업에 단순 출자한 지분 등도 매각을 검토하기로 했다.

반면,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수송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한다.

항공운송 사업은 신형기 도입 및 항공기 가동률을 높여 생산성을 확대하고, 다른 항공사와의 조인트벤처와 금융·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의 제휴 폭을 넓히기로 했다.

물류사업은 선택과 집중에 주력한다.

㈜한진의 택배·국제특송, 물류센터, 컨테이너 하역 사업은 집중 육성하며, 육상운송·포워딩·해운·유류판매는 수익성을 높이는 데 힘쓸 계획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항공우주사업과 항공정비(MRO), 기내식 등 그룹이 갖고 있는 전문 사업 영역은 경쟁력을 제고할 계획"이라며 "대한항공 IT 부문과 함께 한진정보통신, 토파스여행정보 등 그룹 정보통신기술(ICT) 사업은 효율성과 시너지를 확대해 나가는 쪽으로 방향을 맞추겠다"고 전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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