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올해 들어 신흥시장 기업들이 발행한 외화채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WSJ은 "전 세계적으로 흥청망청 빚을 내는 '빚잔치'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지만, 더 높은 수익을 좇는 투자자들의 욕구와 저금리 환경이 맞물렸다"며 이같이 전했다.

금융정보 분석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중국과 멕시코, 칠레 등 신흥시장의 비금융기업들이 올해 달러화나 유로화 등 외화로 발행한 액수가 664억달러에 이른다. 이는 1년 중 같은 기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첫 7주간의 발행액 342억달러와 비교해도 거의 두 배 수준이다.

이튼반스의 아크바 카우저 신흥시장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신흥시장 채권시장은 지금 정말 뜨겁다"며 "기업들은 시장에 접근하기가 너무 쉽고 시장 참가자들이 선호하는 국가의 기업이면 더욱더 그러하다"고 말했다.

신문은 "미국 대선이나 코로나바이러스 창궐 같은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시장을 뒤흔들기 전에 미리 기업들이 저금리로 채무를 조정하려는 수요가 있다"며 "이들 기업은 통상 미국 국채를 기준으로 채권을 발행하는 만큼 저금리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전했다.

유럽계 자산운용사 캔드리암의 크리스 메이 선임 펀드매니저는 "지금이 아주 좋은 기회"라며 "당신은 어떤 예측 못 한 상황이 시장에서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지금처럼 미국 국채금리가 낮을 때를 놓치면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흥시장에서 발행된 외화 표시 회사채는 상대적으로 새롭고 유동성이 부족한 시장이다. 역외 투자자로선 원하는 시점과 가격에 포지션을 청산할 수 없는 위험이 있다.

그럼에도 일본과 유럽 같은 선진 시장은 마이너스 금리로 수익률이 붕괴해 이곳 투자자들은 다른 지역을 물색할 수밖에 없게 됐다. 신흥국 채권시장은 변동성이 워낙 크고 유동성이 부족하지만, 이들 투자자는 기회를 놓치는 데 공포를 느끼며 빚잔치에 뛰어드는 상황이다.

올해 들어 신흥시장 기업들이 외화채를 발행할 때 수요가 목표액의 5~6배까지 몰리는 데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멕시코 국영 석유기업 페멕스가 올해 초 달러화 표시 채권을 발행하는 과정에서 이런 인식이 잘 드러났다.

페멕스는 올해 40년 만기 달러채를 발행해 50억달러를 조달했다. 페멕스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빚이 많은 석유회사인 데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를 근거로 페멕스가 투자적격등급을 곧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투자자들의 탐욕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카우저는 "시장은 현재 투자자가 아니라 기업에 유리한 상황"이라며 최근 발행된 신흥국 회사채에는 채권자를 보호하는 법적 장치가 제한적이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현상과 별개로 신흥시장에서 비금융기업의 외화 표시 회사채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9월 기준으로 10%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전 15% 수준과 비교하면 신흥국 비금융기업이 외화로 채권을 발행하는 비중이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HSBC는 신흥국, 특히 중국의 기업들은 자국 자본시장이 발전하고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면서 지난 몇 년간 현지 통화로 채권을 발행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진단했다.

올해 신흥시장 기업들은 외화로 채권을 발행할 경우 91%는 달러화였으며 유로화는 7%를 기록했다고 HSBC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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