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극심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이 국책은행의 대규모 자금 지원 덕분에 일단 '급한 불'을 끌 수 있게 됐다.

지난해 미중 무역갈등으로 화물부문의 수익성이 악화한 데다, 일본 수출규제로 촉발된 일본노선 수요급감에 더해 최근에는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아시아나항공은 정상적인 수익활동이 불가능한 상황까지 내몰렸다.

하지만,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1조7천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자금 지원을 결정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은 다소나마 숨통을 트게 됐다.

산은과 수은은 21일 오전과 오후 각각 신용위원회와 확대여신위원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신규 지원을 확정했다.

산은과 수은이 지원하는 1조7천억원은 한도성 대출이며, 마이너스 통장과 같이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방식이다.

아시아나항공은 22일 이사회를 열고 산은과 수은의 지원 내용을 논의하고서 차입금 증가 등에 관한 사항을 공시할 예정이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산은 등을 상대로 올해를 버티기 위해서는 2조원 수준의 자금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3월 산은과 수은으로부터 영구채 5천억원을 포함한 1조6천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받았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현금 창출이 불가능해진 반면, 차입금 상환과 고정비 지출 등이 누적되면서 현재 지원금의 대부분을 소진한 상황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이 추가 지원까지 요청한 데는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의 인수 절차가 지연된 점과 기업어음(CP) 등 단기물 위주의 차입을 늘린 점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사정에 밝은 재계의 한 관계자는 "향후 현산-미래에셋의 증자로 신용등급이 오를 것에 대비해 장기물 발행을 미루고 CP 비중을 늘려 자금을 조달한 점이 지원금 소진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며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차환이 어려워지면서 자금 여력이 부족해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신용등급 상향 이후 장기물 발행을 통해 금융비용을 낮추려던 계획이 코로나19라는 변수 탓에 틀어진 셈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2월에만 2천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의 CP를 찍어 자금을 조달하며 CP 잔액을 5천600억원 이상까지 늘렸지만, 3월부터는 상환 기조를 지속하며 잔액을 3천억원까지 낮춘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산은과 수은이 지원하기로 한 금액을 고려하면 연말까지는 유동성을 문제 없이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현산-미래에셋의 인수 결정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이번 지원 결정에는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를 추진 중인 현산-미래에셋과도 사전에 교감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업황이 바닥을 치면서 '승자의 저주' 우려가 극에 달하자, 재계 안팎에서는 현산-미래에셋이 이행보증금을 포기하더라도 인수전에서 발을 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도 돌았다.

다만, 산은과 수은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면서 인수전 '완주'와 관련된 불확실성도 상당 부분 걷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의 다른 관계자는 "지원 규모를 고려하면 기존 영구채의 출자전환도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향후 증자를 통해 기존 지원금을 상환하고 최근 수익성이 개선된 화물부문을 활용해 금융비용을 감당하며 '보릿고개'를 버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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