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단기자금시장 불안 심리가 점차 진정세를 찾아가면서 증권사의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STB) 발행량이 늘었지만 대부분 발행이 1일물에 몰리면서 그 배경에 여러 해석이 뒤따르고 있다.

28일 연합인포맥스 CP/전단채 통합 종목 리스트(화면번호 4711)에 따르면 지난주(20일~24일) 20개 증권사가 발행한 CP/전단채 규모는 10조6천800억 원으로 약 한 달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지난 3월 23일부터 27일까지 주간 발행량이 14조4천280억 원을 기록한 이후 지지난주(13일~17일)에 9조2천750억 원까지 하락하며 줄곧 감소세를 이어왔었다.



<지난주(20일~24일) 20개 증권사 1일물(1D) 발행량 및 전체 발행량>



시장참가자들은 그동안 단기자금시장 불안을 가중시킨 증권사 유동성 문제가 정책당국의 적극적인 시장 안정화 조치에 힘입어 해소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주 정부가 CP 매입 프로그램을 추가 확대한 효과로 증권사의 CP 발행이 재개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며 "정책당국의 안정화 노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주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저신용 등급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사들이기 위한 20조원 규모의 방안을 발표했다.

재정지원을 바탕으로 정책금융기관이 참여하고, 한국은행도 유동성을 지원할 계획이다.

다만 증권사 발행물 내 만기 비중에서 91일물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1일물 비중이 다소 늘어나는 모습에서 신용 불안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다는 분석이 있었다.

상대적으로 기간이 긴 91일보다는 짧은 1일 단위가 신용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주기에 안전하다는 점 때문에 시장에서 소화가 잘 된다는 이유였다.

증권사의 91일물 CP 발행 비중은 지난 3주 연속 하락하면서 6.1%에서 3.2%, 1.2%까지 낮아졌다.

반면에 20개 증권사가 발행한 전체 CP/전단채 규모에서 1일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80%를 상회하는 흐름을 이어갔다. 주말을 앞두고 금요일에 발행된 3일물은 마찬가지로 1일물로 분류해 집계한 결과다.

황 연구위원은 "보통의 경우라면 하루짜리 발행금리가 더 낮아서 조달한다고 볼 수 있지만, 지금처럼 위기 상황일 때는 그런 수요보다는 91일물이 여의치 않아서 하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 발행 관계자는 "한창 유동화 이슈가 있던 3월 말부터 일부 대형 증권사에서 계속 1일물을 돌렸다"며 "3월이나 4월 초에 비하면 많이 풀려 CP 발행은 있지만, 여전히 수요를 잡기는 힘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만 증권사가 전단채 1일물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일은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다.

CP 91일물은 주요 수요처인 신종형 머니마켓펀드(MMF)가 최근까지 환매를 겪는 등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상대적으로 발행량이 줄었고 이로 인해 초단기 구간 발행량이 늘어 보인다는 해석이다.

또한 증권사 91일물 CP 금리가 2% 초반인데 1년짜리 채권을 2% 중후반에 발행할 수 있는 점도 초단기 1일물이나 1년 이상 구간으로 수요가 분산해 움직이는 요인이다.

증권사의 한 채권 중개인은 "1일물 발행으로 단기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며 "증권사 자금 조달은 잘 되고 있는데 1일물 전단채가 막히면 신용경색이 올 수 있겠지만 어제만 해도 증권사 CP 매수에 관심을 보이는 호가가 나오는 등 시장 분위기 전반이 위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지난 4차 비상경제회의에서 CP와 전단채 등 단기자금시장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증권사 콜차입 규제를 완화했지만, 실제 유동성 지원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황세운 연구위원은 "콜차입은 수요처와 공급처가 맞아야 한다"며 "증권사가 원한다고 항상 가능하지 않고 단순히 한도를 늘렸다고 해도 공급할 여력 또는 실제 자금 공급 여부에 달려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으로 국고채 딜러 등 일부 증권사에 허용된 증권사 콜차입 한도를 15%에서 30%로 한시적 확대한 바 있다.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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