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연의 전망대> 코로나19로 본 선진국 재정과 국채차환
<배수연의 전망대> 코로나19로 본 선진국 재정과 국채차환
  • 승인 2020.05.11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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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한국판 뉴딜정책이 선언됐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지 꼭 3년만이다. 전국민 고용보험 적용 등을 포함해 포용적 성장기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재정소요 등을 감안하면 확장적 재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부 경제학자를 비롯해 전문가들은 벌써 걱정이 태산이다. 재정이 파탄 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축적의 자본주의가 끝나고 빚덩이 자본주의 혹은 분배의 자본주의가 대세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전 세계의 부채는 188조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선진국의 경우 2007년 국내총생산(GDP)대비 74% 수준이던 국가 부채가 2010년대에 100% 대를 보여왔다. 이제는 위기의 결과로 상당한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IMF는 선진국의 GDP 대비 국가부채만 올해 말에 122.4%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109% 수준이던 미국은 131%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일본은 251.9%까지 치솟아 심각한 재정난을 예고했다. 이탈리아도 155.5%로 치솟아 전년 대비 21% 포인트나 국가빚이 확대될 것으로 추산됐다. 2019년 기준으로 95.5%였던 스페인은 올해 말에 113.4%까지 빚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재정 모범국가 군에 속했던 캐나다도 지난해 88.6% 수준에서 올해 말 109.5%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IMF는 진단했다. 선진국 가운데 재정이 가장 튼튼한 독일도 59.8% 수준에서 68.7% 수준으로 정부 부채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IMF는 코로나 19에 따른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선진국들이 재정을 무차별적으로 완화한 결과라고 풀이했다.







2019년 기준으로 한국의 국가부채는 40% 수준이다. IMF는 한국도 재정건전성이 2.8% 정도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객관적인 수치로만 따지면 한국의 재정 건전성은 전세계 최고 수준인 점이 재확인됐다. 좀 더 장기적인 분석이 필요하지만, 초중고교의 무상급식이 실시되고 기초노령연금 보장제가 도입된 결과물이다.

이제부터 정작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목은 선진국이 국채 발행 등으로 조달한 이 많은 빚을 도대체 어떻게 상환 혹은 차환할 것인가라는 점이다. 선진국은 이를 위해 이미 금리를 제로 수준 혹은 마이너스 수준까지 끌어내렸다. 자본주의의 근간인 자본에 대한 값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 제로금리 혹은 마이너스 금리는 인플레이션과 축적의 시대가 끝나고 있다는 조짐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선진국은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문제해결의 한 축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해 초 이코노미스트지는 현대통화이론(MMT) 이론을 소개하면서 경제의 작동방식이 혁명적으로 바뀐 탓에 경제정책도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중앙은행도 재정정책에 적극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경기침체기에 중앙은행이 모든 성인의 은행 계좌에 동일한 금액을 (직접) 넣어주는 게 핵심 골자였다. 이 정책은 위험을 수반하지만 예전의 정책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도 감안돼야 한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지의 주장이었다. 중앙은행이 재정적인 수단을 갖는다는 점에서 당시에는 너무 도발적인 방안으로 평가됐다. <2019년 11월18일 '저금리 저물가 공존이 뉴노멀...정책도 재정립하자' 기사 참조>

미국을 비롯해 한국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선진국의 경우 이제 전국민 현금 지급 정책을 표준으로 삼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의 주장이 현실이 됐다는 뜻이다. 21세기 자본주의는 중앙은행과 정부의 기준도 모호해지는 등 20세기 자본주의와 결을 달리하고 있다. 이상한 신세계로 달려가고 있다는 의미다.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바탕으로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대신에 하는 세상이다. 이제부터는 공허한 주장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할지 대안을 모색하는 성찰이 필요한 시기다.

영국의 경제 신문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초에 'THE NEW AGENDA'라는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주주자본주의 등 신자유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촉구했다. FT의 칼럼니스트인 라나 포루하는 '축적의 시대는 끝났다(The age of accumulation is over)'는 칼럼을 통해 "기업들의 세금이 언제 어떤 식으로 오를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분배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의 축적과 분배 사이클은 영원히 지속하겠지만 투자자들이 (준수해야 할) 규칙이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자산의 가격이 내려갈 수도 있지만, 소득이 더 높아지면 경제적이고 정치적인 변혁이 초래될 것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제로금리 혹은 마이너스금리 시대를 맞아 정책 당국은 물론 투자자들이 새삼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국제경제부 기자)

ne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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