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서울 채권시장에서 크레디트물에 대한 투자 온기가 점차 높아지는 가운데 그 과정에서 카드채와 캐피탈채 사이 차별화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카드사와 캐피탈사 간의 업황 내지 펀더멘털 차이를 반영하는 계기가 돼 채권가격 차이가 부각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이러한 움직임은 카드채와 캐피탈채 사이에 존재하는 등급별 구분을 뒤늦게 정상화하는 과정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19일 연합인포맥스 Spread 분석에 따르면 지난 4월 초 대비 'AA+' 등급 카드채와 'AA-' 캐피탈채 1년물 금리 차는 22.2bp 확대한 28.7bp를 기록했다. 동일한 종목 채권의 2년물 스프레드도 17.5bp 벌어진 28.1bp를 기록했다.

이는 2016년 2월 이후 최대치이자 해당 스프레드가 지난 1년 동안 미미한 변동 폭을 보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수준이다.

최근에 신용리스크가 점차 완화하면서 우량한 크레디트물 위주로 먼저 회복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점을 고려해도 등급별 차등적인 강세가 크게 반영된 모습이다.



<민평금리 기준 'AA+' 등급 카드채와 'AA-' 캐피탈채 1년물 금리 및 스프레드 추이>



카드채와 캐피탈채 간 스프레드 급등의 배경으로는 발행사의 업황 차이가 꼽혔다.

카드사 수익에 영향을 주는 도매 및 소매 매출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위축 영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데 반해 캐피탈사의 대출 감소나 부실 우려는 직접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카드는 소비자들이 기본적으로 사용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캐피탈은 대출이다 보니 아무래도 덜 사용하게 돼 타격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분기 국내 카드사가 양호한 실적을 거두며 선방한 점도 카드채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7개 카드사(신한, 삼성, KB국민, 현대, 롯데, 우리, 하나카드)의 지난 1분기 당기순이익은 5천217억원으로 전년 대비 14.2% 늘었다.

또한 코로나19에 따른 실적 악화 및 신용 펀더멘털 부실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비교적 양호한 카드사의 신용등급과 보유자산의 건전성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다른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카드사 업황 자체는 소매 매출이 끊임없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지만 캐피탈은 대출과 파이낸싱 등이 경기 침체에 직면하면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카드사와 캐피탈사는 보유한 자산 형태 자체가 다르다"며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대출 연체율 및 건전성 지표 측면에서 캐피탈사가 더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부터 국내 카드채와 캐피탈채 스프레드는 등급별 차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로써 가격 반영을 정상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보험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그동안 카드채와 캐피탈채 스프레드가 유독 좁았던 감이 있다"며 "시장에서는 카드채와 캐피탈채 선호차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리스크 회피 측면에서 카드채를 선호한 부분이 크다"며 "매니저 입장에서 채권 투자를 위한 카드사 분석은 대동소이한 데 반해 캐피탈사는 규모가 큰 대출채권을 하나하나 짚어보고 투자하기 쉽지 않은 측면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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