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서울 채권시장에서 연내 기준금리의 한 차례 인하 전망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상황에서 국내 저물가 상황이 기준금리 실효하한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 행진을 이어가는 등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상존하면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는 유지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만약 시장의 예상대로 5월이나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져도 추가 인하 가능성은 완전히 차단되는 것이 아닌 만큼 금리 반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전망으로 이어졌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1.6%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에 대한 인식도 0.1%포인트 내린 1.7%로, 역시 2013년 1월 편제 이후 최악의 부진을 나타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 위축 국면이 지속하는 가운데 저유가 지속으로 국내 석유류 가격 하락 등의 영향도 함께 더해진 결과로 풀이됐다.

시장에서 체감하는 기대 인플레이션 수준도 낮게 나타났다.

연합인포맥스 손익분기물가(BEI·10년 만기 국채 기준)에 따르면 이날 BEI는 2.4bp 내린 0.192%로 사상 0.1%대를 기록하며 최저치를 경신했다.

BEI는 만기가 같은 명목 국채와 물가연동국채의 수익률 차이로, 시장이 평가하는 기대 인플레이션 수준을 반영한다.



<역대 BEI 추이>



이 가운데 일각에서는 올해 하반기까지 디플레이션 우려가 지속할 가능성이 높아 기준금리가 연내 한 차례 인하 이후에 추가 25bp를 반영한 0.25%까지 낮아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30달러대로 낮고 수요 측 인플레이션 기대도 약해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자극할 것"이라며 "경기 부진뿐만 아니라 물가 하락도 우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금통위에서 디플레이션 우려는 비둘기파적 금융통화위원들 사이에서 금리 인하의 주된 논거로 꼽혔다.

물가가 낮으면 명목 기준금리에서 물가 상승률을 뺀 실질 금리가 높아지는 만큼 기업의 투자나 가계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한 경기 부양 효과는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퇴임한 조동철 전 금통위원은 재차 완화적 통화 정책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그는 지난 22일 안민정책포럼이 연 세미나에서 기준금리의 실효 하한을 두고 "실효 하한이라는 개념도 사실 불분명하다"며 "우리나라는 아직 기준금리가 0.75%니까 룸(여유)이 있어 보인다. 실효 하한이라고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실효 하한이란 금리를 더 내려도 효과가 없는 한계선을 말한다.

조 전 금통위원은 대표적인 비둘기파로 지난 4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하 소수의견을 남기고 퇴임했다.

다만 시장참가자들은 현시점에서 한은의 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 사용에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 세 명의 금통위원이 교체된 이후 처음 열리는 금통위에서는 좀 더 신중한 입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시중은행의 한 채권 운용역은 "금통위가 선제적 혹은 시의적절하게 움직이기보다는 한 템포 뒤에서 신중할 것"이라며 "서둘러 금리 인하를 두 번 결정해 수단을 없애기보다는 여력을 강조하는 그림이 한은 입장에서도 편안하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연내 50bp 이상 인하는) 한은의 스탠스를 확인하고 가야 할 사항이다"며 "아직 1번의 인하도 확실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2월 1.1%에서 3월 1.0%, 4월 0.1%로 확연한 둔화세를 나타냈다.

연합인포맥스는 다음 날 국내외 거시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5월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발표한다.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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