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지방은행 계열의 캐피탈사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지방금융지주가 직접 발을 벗고 나섰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지주는 이달 중순 DGB캐피탈에 1년간 3천억원의 채무보증을 결정했다. DGB캐피탈이 발행한 회사채의 원리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 지주가 보증 의무를 이행하겠다는 의미다.

BNK금융지주와 JB금융지주는 지난달 은행 계열사를 통해 캐피탈사 지원에 나섰다. DGB금융과 달리 은행이 캐피탈에 직접 돈을 빌려주는 방식을 택했다.

BNK금융의 부산은행은 두 차례에 걸쳐 BNK캐피탈에 3천500억원과 5천억원을 금전 대여해줬다. 경남은행은 2천억원을 빌려줬다.

JB금융의 전북은행과 광주은행도 JB우리캐피탈에 각각 1천550억원, 1천850억원을 빌려줬다. 여기에 더해 JB금융지주는 JB우리캐피탈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고자 1천억원 규모의 주식을 취득하기도 했다.

◇ 캐피탈 자금경색 우려에…그룹 식구들 출동

지방금융지주들이 캐피탈사의 곳간 채우기에 직접 나선 건 자금경색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코로나19에 따라 항공과 해운사들이 타격이 커지면서 관련 업종에 여신을 제공한 캐피탈사들이 타격을 받았다. 캐피탈사의 전망이 악화하자 지난 3월 중순부터 캐피탈사 등이 발행하는 여전채 신용스프레드가 확대되는 등 자금 조달 여건도 나빠졌다. 여전채를 적극적으로 매입하는 곳도 점차 사라졌다.

캐피탈사가 대출 영업을 하기 위한 자금 조달 통로가 막힌 셈이다.

일반적으로 캐피탈사는 수신기능이 없기 때문에 여전채 발행을 통해 대출 영업을 하기 위한 자금을 조달하는데, 조달금리가 높아지면서 그만큼 대출금리도 높아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그러자 지방금융지주가 지주 차원에서 계열 캐피탈사 살리기에 나섰다. 자금을 직·간접적으로 빌려줘서 계열 캐피탈사의 자본 적정성을 강화해 영업력 확대와 경영 건전성을 제고하는 것이다.

백규락 JB우리캐피탈 경영지원본부 전무는 컨퍼런스콜에서 "자금경색에 대비해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의 도움을 받기로 하고 크레딧라인을 풀로 열었다"고 말했다.

◇ 지주·은행이 나서는 이유…낮은 조달금리

캐피탈사의 자금난에 지주나 은행이 직접 나선 이유는 캐피탈사보다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높아 더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BNK금융 은행계열사 신용등급은 부산은행 'AAA', 경남은행 'AA+'다. JB금융 은행계열사인 전북은행과 광주은행도 신용등급이 'AA+'다. 신용등급이 'AA-'인 BNK캐피탈과 JB우리캐피탈보다 높다.

DGB캐피탈은 지주에서 보증하기로 한 여전채 신용등급을 'AAA'로 받았다. 본래 DGB캐피탈 여전채 신용등급은 'A'다. 신용이 더 높은 지주가 권면 보증을 제공하면 해당 회사채는 지주의 신용등급을 적용한다.

특히 이달 들어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로 여전채 시장에 서서히 온기가 불고 있는데도 DGB금융이 캐피탈사 지원에 나서서 눈길을 끈다. DGB캐피탈이 다른 지방지주 계열 캐피탈사와 달리 채안펀드 수혜에서 한 발짝 떨어진 'A' 신용등급을 보유해 아직 조달금리가 충분히 내려오지 못했기 때문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채안펀드가 'AA-' 등급 이상의 여전채를 매입 대상 기준으로 잡으면서, 그보다 낮은 등급을 가진 캐피탈채는 정책 사각지대에 놓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5월을 기점으로 AA- 등급의 1년 이하 캐피탈채 금리는 빠른 속도로 내리면서 연 1.526%까지 떨어졌지만, A 등급의 1년 이하 금리는 2.099%까지 하락하는 데 그쳤다.





지주가 캐피탈사를 지원하는 방법이 금전대여와 채무보증으로 나뉜 데에는 부채비율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올해 1분기를 기준으로 DGB금융의 부채비율은 12.54%로, BNK금융의 10.38%와 JB금융의 11.7%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대구지역을 강타한 코로나19 여파가 현실화되면 해당 비율은 더 높아질 수도 있다.

유승창 KB증권 연구원은 "자금지원 방식은 재무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질 수 있다"며 "지주사가 돈을 빌리기 어려운 부채비율을 가지고 있다면 캐피탈사가 직접 빌리고 채무보증만 해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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