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임하람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책임과 홍콩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외환시장 참가자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환율을 둘러싼 양국의 갈등이 증폭될 경우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재지정하는 카드를 꺼낼 수 있어서다.

27일 서울환시 등에 따르면 통상 4월경 발표되는 미국 재무부의 반기 환율보고서는 두 달 가까이 발표가 지연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지만, 지난 1월 미·중 1단계 무역 합의가 타결되면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부터 해제했다.

인민은행은 지난 3거래일 연속 달러-위안 기준환율 고시에서 위안화의 가치를 달러화 대비 절하 고시하며 환율전쟁 우려를 키웠다. 25일에는 달러-위안 기준환율을 달러 대비 0.38% 기습 절하했고, 전일에도 0.12% 추가 절하했다.

인민은행 고시에 따른 위안화 가치는 12년 만의 최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 경제의 높은 대중 의존도와 위안화 '프록시(proxy)'로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원화는 위안화에 연동해 덩달아 10원 가까이 출렁였다.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미국 재무부가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재지정하는 강수를 꺼낼 경우 위안화가 약세를 나타내고 원화도 동반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역내외 달러-위안(CNH) 환율이 7.2위안대를 상향 돌파할 경우 달러-원 환율도 이에 연동해 1,250원대보다 높은 수준으로 뛰어오를 수 있다.

A 은행의 외환딜러는 "이번 주 중 환율 조작국 지정 이슈가 나온다면, 달러-원 환율도 1,250원 상단까지 내다볼 수 있다"며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 달러 강세 이슈로 달러-원 환율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B 은행의 외환딜러도 "달러-위안 환율이 7.2위안을 상향 시도할 수 있다"며 "달러-원 환율의 상단도 1,250원까지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인민은행의 기준환율 절하는 최근 시장 흐름을 단순 반영한 결과이고, 3월 말 이후로 위안화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다는 점에서 환율 조작국 지정은 어렵다는 주장도 나왔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3월 말 이후로는 달러-위안 환율이 7.1위안대에서 크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달러가 나쁜 것은 아니라고 언급한 것도 얼마 되지 않았고, 위안화 절하 고시가 이번 주 들어 하루 이틀 나온 것이기 때문에 (미국의)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민 연구원은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상징적 의미에 그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와 공조해 중국 기관과 은행 등을 제재하는 방식으로 대중국 압박을 강화해갈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C 은행의 외환 딜러도 "일단 이번 주는 미국이 중국 기업과 금융기관의 자산 동결 등에 대한 제재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아직 중국이 인위적으로 위안화를 평가절하한다는 의도를 보이지 않고 있어 환율조작국 지정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역내외에서 거래되는 시장 환율이 달러당 7.2위안을 넘어갈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민 연구원은 "달러-위안 환율이 7.2위안을 상향 시도할 경우 미국 쪽에 (환율조작국 지정) 명분이 생기게 된다"며 "역외 달러-위안 환율이 7.2위안 레벨을 뚫을 경우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한편, 시장 참가자들은 두 달 가까이 지연되고 있는 미 재무부의 환율 보고서 발표 시점에 대해서는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통상 환율보고서가 나올 시기가 지났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미국 재무부 내에서 환율보고서 작성에 집중할 수 없는 환경으로 보인다"며 "최근 미·중 갈등에 환율 전쟁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미국이) 정 급하면 보고서 발표 없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skang@yna.co.kr

hrlim@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09시 08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