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노동의 종말'로 이어지고 화석연료(fossil fuel) 기반의 사회체제에도 타격을 줄 전망이다.

지난주 미국의 신규실업수당 신청건수는 212만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주 사이에 무려 4천100만명이 미국에서 일자리를 잃었다. 코로나19에 따른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3월 셋째 주에 330만건을 기록하는 등 폭증하기 시작했다. 같은 달 넷째 주에는 687만건으로 두 배 이상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후 661만건(3월 29일~4월 4일), 524만건(4월 5~11일), 444만건(4월 12~18일), 384만건(4월 19~25일), 316만9천건(4월 26일~5월 2일), 269만건(5월 3~9일), 244만건(5월 10~16일) 등 대규모 실업 행진이 좀처럼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경제를 서둘러 재개하고 있지만, 코로나 19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번에 사라진 일자리가 경제가 재개된다고 복구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제레미 리프킨은 '3차 산업 혁명'이라는 저서를 통해21세기 자본주의는 더는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생산성이 극도로 발전하면서 경제성장에도 노동자들을 고용할 필요성이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 1995~2002년 사이에 세계 20대 경제 대국에서 3천100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졌다. 같은 기간 생산성은 4.3%가 향상됐고 전 세계 산업생산은 30%가 증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가 이후 헬리콥터 머니 등 막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늘어난 일자리도 고용 안정성 측면에서는 너무 부실했다. 미국 등 구 선진국이 만들었던 대부분 일자리가 이른바 '긱(gig) 노동자'들이었기 때문이다. 긱 노동자는 필요에 따라 임시로 계약을 맺은 후 일을 맡기는 긱 경제 플랫폼에서 일거리를 구하는 노동자를 일컫는다. 배달, 대리운전 등에 종사하며 온라인 중개 플랫폼을 통해 일을 얻는다. 이번에 대거 일자리를 잃은 우버, 에어비앤비 등 온라인 중개 플랫폼을 통해 일거리를 구했던 노동자들이 긱 노동자들이다. '긱'은 1920년대 미국 재즈 공연장 주변에서 연주자를 그때그때 섭외해 단기공연 계약을 맺어 공연했던 '긱(gig)'에서 차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에 따른 재택근무 일상화 등 '언택트(untact·비대면)' 문화 확산은 화석연료(fossil fuel) 기반의 사회체제에도 타격을 줄 전망이다. 언택트 문화 확산은 당장 석유 수요 감소로 이어져 국제 유가 하락을 부채질했다. 한 때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이 배럴당 마이너스로 추락하기도 했다.

에너지부문에서 석유산업은 20세기 초반 석탄신세로 전락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힘을 얻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미 몇 년 전 'Riding the Energy Transition beyond 2040'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오일의 미래는 (값이 싸지만 외면받는 에너지인) 석탄 신세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40년께는 오일 가격이 배럴당 15달러 수준까지 곤두박질칠 것으로 IMF는 전망했다. 전기차와 응용기술 등은 20세기 초반 말을 대체한 자동차에 버금갈 정도의 충격을 줄 것으로 진단됐다. 운송수단의 연료로서 오일의 생명력도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짧을 것이라는 게 IMF의 경고였다. 오일에 대한 수요가 앞으로 20년 사이에 상당 부분 줄어들 것이라는 의미다.<본보 2017년 7월10일자 '바뀐 바람의 방향…석유, 20세기 석탄신세 기사 참조>

이런 우려 등을 반영하면서 S&P500에서 석유산업 섹터의 시가총액 비중도 15%에서 2%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국제유가는 경제재개로 WTI기준 배럴당 30달러선을 상향돌파하는 등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부진의 높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친환경 전기자동차인 테슬라는 지난 주말 기준으로 시가총액 1천547억달러(191조5천억원)에 이르는 등 파죽지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가는 이미 화석연료 기반의 20세기형 산업체계가 진짜 '화석(fossil, 化石)' 신세가 될 것이라고 예고한 셈이다.

우리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가늠할 때 유념해야 할 관전 포인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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