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윤구 기자 = 장녀에 이어 장남까지 아버지인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심판 절차에 참여하면서 2세간의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됐다.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은 25일 "진행 중인 성년후견심판 절차에 가족의 일원으로서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간 침묵을 지키던 장남 조현식 부회장이 누나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과 한배를 타기로 하면서 동생인 조현범 사장과의 형제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경영권 분쟁 조짐은 지난 6월 조양래 회장이 차남 조현범 사장에게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보유 지분 23.59%를 약 2천400억원에 전량 넘기면서 시작됐다.

한 달 뒤 조희경 이사장은 서울가정법원에 아버지 조양래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을 신청했다.

조 이사장은 "회장님이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자발적인 의사에 의해 내린 결정인지 객관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장녀가 성년후견 신청을 한 바로 다음 날 조양래 회장은 조현범 사장에게 주식을 넘긴 것이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니며 나이에 비해 건강한 상태라고 입장을 내놨다.

조 회장은 "주식 매각 건과 관련해서는 조현범 사장에게 약 15년간 실질적으로 경영을 맡겨왔으며 그동안 좋은 성과를 만들어냈고 회사의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한다"며 "충분한 검증을 거쳤다고 판단해 이미 전부터 최대 주주로 점 찍어 뒀다"고 강조했다.

그는 건강 이상설에 대해서도 "매주 친구들과 골프를 즐기고 운동을 하는 등 나이에 비해 건강하게 살고 있다"고 직접 진화에 나섰다.

이러한 아버지의 해명에도 누나의 성년후견심판 청구 이후 법률 대리인을 정해 심사숙고하던 조 부회장은 결국 누나 편에 섰다.

10.82%의 지분을 보유한 차녀 조희원 씨는 아직 침묵을 지키고 있다.

조현식 부회장(19.32%)과 조희경 이사장(0.83%) 등 세 명의 지분을 모두 합해도 30.97%에 불과해 조현범 사장(42.9%)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도 장남과 장녀가 손을 잡고 아버지의 결정에 반기를 들었다.

일각에서는 조현범 사장의 주식매입대금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조 사장은 조양래 회장 주식을 매입하면서 2천200억원을 주식담보 대출로 빌렸다.

이 자금 또한 아버지로부터 받아 갚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조 이사장이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하면서 변동성이 커졌다.

증여를 받았다가 이후에 후견 결정이 나오면 증여가 취소되는 만큼 자금 마련을 위해 조 사장이 주식을 일부 처분하면 지분 싸움을 벌일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향후 조 회장의 지분 매각이 본인의 의사에 따라 결정된 것인지가 중요 쟁점이 되는 이유다.

이와 함께 6.24%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누구의 손을 들어 줄지도 변수로 작용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현재 성년후견심판 절차는 진행되지 못하고 있어 시간이 제법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조현식 부회장은 "성년후견심판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또 다른 분란을 방지하기 위해 새로운 의사결정은 유보돼야 한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yg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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