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미국 국채 수익률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연말 0.913%에 종가를 기록했던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은 한 때 1.60%를 넘어섰다. 수익률 상승세 자체도 부담스럽지만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 확대는 더 심란하다. 미국채 10년물과 2년물 수익률 스프레드는 연말 79bp 수준에서 한 때 150bp 수준까지 두 배 가까이벌어지는 등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항상 방어적이었다. 탐욕을 선반영하는 증시와 달리 채권시장은 항상 공포를 우선해서 반영하기 때문이다.

최근 채권시장이 반영한 공포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다. 다른 말로 미국의 경기가 당초 전망보다 너무 가파르게 좋아질 것이라는 걱정이다. 아직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국가가 보면 배부른 걱정일 수 있다.

일부 경제지표는 미국의 경기가 너무 좋아질 것이라는 점을 이미 예고하고 있다. 미국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 가운데 하나인 소비는 벌써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1월 개인소비지출은 전월대비 2.0% 늘었다. 지난해 말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9천억달러 규모로 지출된 재정 부양책 덕분이다. 소비의 출발점인 개인소득은 가파르게 늘었다. 9천억달러 규모의 재정부양책이 통과되기 직전인 지난해 11월 1.2% 감소세에서 올해 1월에는 10.0%로 폭증했다. 기저 효과를 감안해도 극적인 반전이다.

향후 소비지표를 가늠할 수 있는 2월 소비자신뢰지수는 전월의88.9에서 91.3으로 올랐다.

유가 상승으로 석유·가스 시추가 늘어나면서 1월 산업생산도 전월대비 0.9% 늘어나는 등 넉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물 경제지표는 모두 가파른 경제 회복을 시사하고 있는 셈이다.

이를 반영해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미국의 성장률 전망을 5.1%로 올려잡았다. 지난해 10월에는 미국이 올해 3.1% 성장할 것이라는 게 IMF의 전망이었다. 투자은행의 성장률 전망 평균은 5.5% 수준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3월에 2조2천억달러 규모에 이어 연말에 9천억달러 규모가 추가 되는 등 무려 3조1천억달러 규모의 재정 부양책이 실시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10일 의회를 통과한 1조9천억달러 규모의 재정부양책은 포함되지도 않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올해 1조9천억달러 규모의 재정부양책까지 겹쳐지면 성장률이 무려 5%포인트까지 높아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개인당 1천400달러에 이르는 재난지원금이 수표로 지급되는 규모만 4천억달러에 이른다. 여기에 3천억달러에 이르는 실업수당 혜택 확대까지 겹치면 순수한 현금만 7천억달러가 시중에 풀릴 전망이다.

팬데믹에 따른 억제된 소비 등으로 가계의 가처분 대비 저축률은 지난해말 기준으로 13.7%에 달해 2010~2019년의 장기평균인 7.3%의 두배에 육박한다.

전문가들이 재정 승수 효과가 1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이 본격 보급되고 사람들이 억제된 소비를 분출하기 시작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본격화될 게 틀림없다.

이제 채권시장을 비롯해 믿을 구석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밖에 없다. 채권 장기물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미국 증시 등 위험자산 시장은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도 무사하지 못할 수 있어서다. 미국 경기가 너무 좋아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걱정이다. 최근 미국채 수익률 급등의 진짜 의미는 여기에 있다.

미국채 수익률이 추가로 오르면 응석받이가 된 글로벌 금융시장은 조만간 연준이 추가로 대책을 내놓으라고 아우성칠 게 틀림없다.

채권 단기물을 팔고 장기물 매수 비중을 확대하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T), 채권 매수 규모 확대, 특정 만기 채권 수익률을 특정 수준에 묶어두는 수익률 곡선 통제(YCC) 정책 등 연준의 지원 사격 없이 글로벌 금융시장이 유동성 파티를 계속 즐기기는 녹록하지 않기 때문이다.(배수연 특파원)

neo@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8시 45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