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최근 이상 강세를 나타낸 국고채 초장기물의 금리 하락에 대해 기존과는 다른 설명이 나와 채권시장의 눈길을 끈다.

초장기물의 전통적 수요자인 보험사가 아니라 증권사가 초장기물의 강세를 일으켰다는 분석인데, 30년 지표물인 21-2호와 스트립 원금채를 이용한 복잡한 거래 방식 때문에 다른 시장참가자들은 초장기물 강세의 원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23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최근 국고채 30년물이 이례적인 강세를 나타냈다. 시장이 놀랄 정도의 강세에 10-30년 커브는 역전됐고, 재정 당국은 구두 개입 이후 4천억 원의 30년물 추가 공급에 나서기까지 했다.

기존에는 30년물 강세에 대해 국고채 초장기물의 금리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자 보험사들이 매수에 나섰고, 증권사와 보험사 간의 본드 포워드 계약도 강세 압력을 가했다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그런데 연합인포맥스 투자주체별 거래종합(화면번호 4565)에 따르면 지난 18~22일 보험·기금 계정은 30년 지표물인 21-2호를 1천182억 원 순매도했다. 최근의 급격한 초장기물 강세의 원인이 보험사의 직접 매수는 아니었던 셈이다.

그러나 30년물이 실제로 이상 강세를 나타낸 이상 매수자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데, 그 주체로 지목된 것이 스트립 채권을 판매하는 증권사다.

증권사들은 21-2호를 원금과 이자로 분리한 두 종류의 스트립 채권 가운데 원금채를 보험사에 판매한다. 보험사들은 원래의 21-2호 이표채보다 스트립 원금채를 더 선호한다.

중간 이자 상환이 있는 이표채보다 이자를 떼어낸 스트립 원금채의 듀레이션이 더 길기 때문이다. 듀레이션을 늘리기 위해 초장기물을 사들이는 보험사에 스트립 원금채는 가성비가 매우 좋은 상품이다. 또 실제로 18~22일 기간 보험·기금 계정은 21-2호의 스트립 원금채를 1천억 원 순매수했다.

스트립 원금채의 판매가 지표물의 강세를 일으키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증권사들은 대차로 스트립 원금채를 빌려 보험사에 판매하는데, 이 과정에서 스트립 원금채에 대해 매도 포지션을 설정하게 된다. 증권사는 또 매도 포지션에 대응해 원래의 이표채(지표물)를 매수해 스트립 원금채 매도 포지션을 헤지한다.

증권사의 이런 거래 움직임은 전일 21-2호 스트립 원금채의 대차비율이 46.7%에 달해 모든 채권 종목 중 1위인 점에서도 나타났다.

헤지를 위한 증권사의 21-2호 지표물 매수의 결과 30년물은 가파른 강세를 나타내게 되고, 이 현상은 30년물의 새로운 입찰을 앞두고 서서히 풀리게 된다.

시장참가자들은 이런 방식으로 보험사들도 이해하지 못하는 초장기물 강세가 나타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증권사는 헤지를 이용해 손실을 막아두고, 향후 10년 대비 초장기 스프레드가 다시 확대할 때 스트립채권의 전환차익을 기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인포맥스 국고 스트립 차액 히스토리(화면번호 4524)에 따르면 23일 기준 약 100억 원 규모의 21-2호의 스트립채권의 차액은 4천248만 원에 달한다.

보험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그동안 초장기물의 금리가 매수하기에 매력적인 수준으로 올라왔지만 지나친 강세의 원인은 알 수 없었다"며 "스트립 채권을 판매하는 증권사의 포지션에 대해서도 보험사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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