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ESG가 미국에서도 시대적 화두가 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대가 열리면서 기업의 '사회책임투자(SRI)' 혹은 '지속가능투자'의 관점이 유독 강조되고 있어서다.

◇ESG는 설비투자의 묘수

바이든 대통령이 가장 먼저 관심을 둔 것은 친환경 에너지분야다. 탄소배출 제로 시대를 의미하는 넷제로(net-zero)를 2050년까지 달성하기 위한 파기기후협약에도 취임 직후 복귀했다. 지난달에는 40개국 정상을 초청해 화상으로 기후 정상회의까지 주관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미국의 선도적인 리더십을 되찾겠다는 노림수다.

미국이 이처럼 ESG를 바탕으로 친환경 혹은 재생가능 에너지 부문 연구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를 설비투자의 관점에서 볼 필요도 있다.

미국의 낡은 인프라 재건도 ESG 관점에서 추진될 전망이다. 앞으로 재건되는 도로, 교량, 열차, 항만, 공항 등의 현대화 계획에는 친환경이 최우선적인 고려 사항이다. 기후변화 대응 목적 등에만 모두 2조 달러의 재원이 투입될 정도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처럼 ESG 투자에 공을 들이는 까닭은 일자리 문제와도 연결돼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그나마 친환경 부문 등이 실물 투자를 뒷받침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화석연료 기반의 산업 시설과 4차 산업혁명이 공존하는 지금은 과잉 설비를 해소할 방법이 마땅하게 없다. 과거 인류의 재앙이었던 세계 대전이 벌어졌던 시절에는 이런 과잉 설비가 폭격 등을 통한 파괴로 해소됐다. 그러나 핵무기의 개발로 세계대전이 발발하면 인류 멸종까지 각오해야 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대규모 전쟁의 가능성이 거세돼 70년 이상 평화로운 시대가 이어지면서 공급 과잉은 또 다른 재앙이 되고 있다.

◇에너지 체계의 변환이 가져올 혁명적 변화

이를 일거에 해소할 방법이 에너지 체계의 변환이다. 에너지 체계의 변환은 모든 산업구조의 쇄신과 연결된다. 파급효과가 엄청나다는 의미다.

실제 전기차와 응용기술 등은 20세기 초반 말을 대체한 자동차에 버금갈 정도의 충격을 줄 것으로 진단됐다. 운송수단을 위한 화석연료의 생명력은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가파르게 소멸될 수도 있다.

벌써 에너지 부문에서 석유산업은 20세기 초반 석탄 신세로 전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석탄은 아직 지구에 많이 남아 있지만, 주요 에너지원에서 사실상 탈락했다. 추가적인 발굴에 따른 경제적 이득이 제한되고 탄소배출 등의 주범으로 낙인찍히면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미 몇 년 전 'Riding the Energy Transition beyond 2040'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오일의 미래는 (값이 싸지만 외면받는 에너지인) 석탄 신세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급기야 국제에너지기구(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는 지난주에 세계 거대 석유회사를 상대로 석유전 이나 가스전 탐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IEA의 탄생 배경을 감안하면 혁명적인 변화다. IEA는 과거 오일쇼크시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도해 결성한 세계의 주요 석유소비국에 의한 초국가적인 기구다. 산유국의 공급감축에 대항한다는 설립 취지를 감안하면 석유 개발 중단 요구는 대단히 이례적이다.

기후 변화 싱크탱크인 엠버의 분석가인 데이브 존스는 IEA의 이력을 감안하면 석유와 가스전 탐사를 중단하라고 촉구한 보고서는 경악할 만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IEA가 그런 말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면서"이건 이 분야에서 대단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해당 조직은 아주 친 화석연료였기 때문에 그렇게 나온 게 너무 놀랍다"면서 "이건 화석 연료 산업의 진정한 비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바람의 방향이 ESG 쪽으로 바뀌었다. 돈도 이쪽으로 쏠릴 게 틀림없다. (배수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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