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 등 일부 경제학자들 사이에 인플레이션 논쟁이 뜨겁다.

제롬 파월 의장을 비롯한 연준 관계자들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서머스 전 장관은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따른) 리스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며 연일 날을 세우고 있다.

연준은 고용시장 부진에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이유를 찾고 있다. 고용시장의 슬랙(유휴자원)이 아직 크고 팬데믹(대유행) 이전 수준에 비해서 800만개의 일자리가 채워지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머스 등 일부 경제학자들은 1970년대에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나타났을 때에도 고용 상황과 인플레이션은 큰 상관관계가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프린스턴 대학교의 조나선 해절 교수, 컬럼비아대학교의 후안 헤레뇨 교수, UC 버클리의 에미 나카무라와 존 스텐슨 교수 등이 연구한 결과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의 상관관계는 약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머스와 이들 경제학자는 연준이 1970년대의 실책을 되풀이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연준이 대규모 재정 정책에 따른 수요 견인 효과를 무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연준은 1960년대까지 2% 안팎 수준에 머물렀던 인플레이션을 1970년대 후반 6%까지 끌어올리는 실책을 범했다. 당시에도 연준은 생산성을 뛰어넘는 수요 견인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인플레이션 광풍을 불러왔다는 비난을 받았다.

여러 경제학자 가운데 서머스 전 장관이 유독 연준에 날을 세우는 배경도 흥미롭다. 민주당 계열 경제학계의 황태자였던 서머스 장관 입장에서는 연준의 행보가 어설퍼 보일 수도 있어서다.

서머스 전 장관은 이른바 연준의장, 미 재무장관, 백악관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 등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었던 인물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연준 의장에 전격 낙점했지만, 민주당의 반발 등으로 고배를 마셨다.

서머스는 경제학의 이론적 정합성에서는 현존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인맥을 살펴보면 경제학계 그 자체다. 현대 경제학을 집대성한 것으로 알려진 폴 새뮤얼슨이 그의 삼촌이다. 197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케네스 애로우는 그의 외삼촌이다. 그의 아버지인 로버트 서머스(폴 새뮤얼슨의 배다른 동생)도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의 경제학과 학과장이었으며, 어머니인 아니타 서머스 역시 이 대학교의 와튼 스쿨 교수였다.

서머스가 4살 때부터 삼촌들과 경제학 관련 토론을 벌였고 11살 때는 기존 승률을 바탕으로 메이저리그 우승팀을 예측하는 모형을 개발했다는 일화는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다.

서머스의 경고를 흘려들을 수 없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그의 화려한 이력도 한몫한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는 미국 경제가 직면한 주요 거시경제 과제는 경기 과열이라고 강조했다. 고용시장만 빼면 모든 경제지표가 서머스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연준과 서머스의 논쟁이 비농업 부문 신규고용 발표를 계기로 새로운 국면을 맞을지 지켜보는 것도 글로벌 금융시장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듯하다. (배수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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