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기자 = 원자재 가격 상승이 수입 중간재와 기대인플레이션 경로를 통해 최종적으로 소비자물가 상승을 초래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9일 BOK 이슈 노트 '국제원자재가격 상승 배경 및 국내경제에 대한 파급영향 점검'을 통해 이같이 진단하며 원유와 금속, 곡물 가격 상승은 각각 석유류 가격과 금속 관련 제품, 외식비 등을 통해 국내 소비자물가를 자극한다고 전했다.

또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경우 경제주체의 물가상승에 대한 자기실현적 기대가 형성되며 실제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했다.

실제 1960~1980년대 미국의 경우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이 물가와 실업률의 관계를 나타내는 필립스 곡선의 상향 이동을 초래했다.

원자재 가격이 추세적으로 상승(10%)할 경우 소비자물가는 최대 0.2%(4분기 이후) 상승하고 일시적으로 상승 시 0.05% 상승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추세적인 상승의 경우 충격의 효과가 장기에 걸쳐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한은은 원자재 가격 상승이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글로벌 경기회복의 영향에 의해 상쇄되며 크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은은 최근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은 글로벌 경기회복과 일부 품목의 수급 차질 및 투기수요 유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주요국 제조업 생산활동 재개의 영향에 바이오연료 생산증가(곡물)나 가구 및 주택 지출 증가(목재) 등 품목별 개별적인 수요요인이 가세했다.

공급 측면에서는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시설 폐쇄(금속)와 원유감산, 국제정치 갈등(알루미늄), 기상이변(곡물) 등의 제약이 있었다.

수급불균형으로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품목으로 투자자금 유입이 증가하며 비상업 순매수 포지션이 확대된 점도 원자재 가격 상승 배경이다.

주요 전망기관은 원유와 구리, 옥수수 등 원자재 가격이 올해 강세를 보이겠으나 내년에는 하향 안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현시점에서 원자재 가격의 슈퍼사이클 진입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불확실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원자재 가격이 최근 사이클 저점에서 미약하게 반등하고 있으나 그 정도가 크지 않고 최근 가격 상승에 경기회복과 수급요인 등의 영향이 혼재됐기 때문이다.

또한, 원자재 분석기관 등에서도 글로벌 친환경 산업의 성장 속도와 공급 차질 완화 여부 등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하는 모습이다.

한은은 향후 원자재 가격은 중장기적으로 주요국의 친환경 정책과 주요 원자재 생산국의 생산능력 확충 등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국제 원자재 가격은 중기 시계(8~20년 주기)에서 세 차례, 장기 시계(20~70년 주기)에서 네 차례 슈퍼사이클을 보였다.

1차 장기 슈퍼사이클은 19세기 후반 미국의 산업화가, 2차는 세계대전 직전의 글로벌 재무장, 3차는 유럽과 일본의 산업화, 4차는 중국의 본격적인 세계 경제 진입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은은 "향후 경제활동 정상화 과정에서 생산자물가나 기대인플레이션 경로를 통해 물가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물가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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