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국제 유가가 2년여 만에 최고치까지 치솟는 등 요동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2014년 이후 7년 만에 배럴당 100달러 선을 회복할 수 있다고 점치기도 했다.

글로벌 투자은행이 앞다퉈 유가 전망을 올려잡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브렌트유가 올해 상반기에 75달러 선을 넘어서고 3분기에는 80달러 선을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UBS도 하반기 유가 전망치를 브렌트유 75달러, WTI 72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 결과, 석유수출기구(OPEC)와 비OPEC 산유국들로 이뤄진 OPEC 플러스(+)의 산유량 협의, 달러화 동향 등이 유가 100달러 시대의 지옥문을 여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미국과 이란 핵합의가 변수…세계 3위 산유국 이란이 돌아오면 수급 숨통

미국과 이란의 정치적 긴장이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에 이란의 군부 실세를 사살하면서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증폭시켰다. 트럼프 정권은 이후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이라는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이란이 핵합의를 준수하는 상황에서 트럼프가 강경한 노선을 고수하는 바람에 양국 관계는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최근 이란 강경보수 인사인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의 대통령 당선도 트럼프 행정부의 돌발행동이 불러온 후폭풍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올해 1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핵합의 복원이 추진되고는 있지만, 갈 길이 멀다. 이란 대통령에 당선된 강경보수 성향의 라이시가 미국을 믿지 못한다며 대화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다.

하지만 미국과 이란이 혁합의를 복원하고 진전된 양국 관계를 설정할 경우 원유 수급에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이란은 세계 3위의 석유 매장과 1위의 천연가스 매장을 자랑하는 대형 산유국이다.



◇ 유가 우상향 위해서는 공급 요인부터 살펴야

유가가 우상향 사선으로 가기 위해서는 공급 요인부터 살펴야 한다. 우선 미국의 석유 생산량이 얼마나 늘어날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보다 더 많은 석유를 생산하는 미국이 석유 생산량을 추가로 늘릴 경우 유가 상승세가 주춤해질 수 있어서다. 미국은 지난해 팬데믹 직전 기준으로 하루 평균 1천780만배럴의 석유를 생산했다. 2018년 1천550만배럴에 비해 무려 15%가량이나 증산한 결과다.

미국 석유생산량 증대를 주도했던 셰일 업계가 유가 급등에도 주춤거리는 것은 의외다. 셰일업계는 기술 혁신 등으로 배럴당 40달러 선 안팎이면 채산성을 확보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어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ESG가 주요 금융기관의 투자 기준이 된 영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ESG에 대해 방점을 둔 이후 금융기관들도 환경친화적이지 못한 셰일업계에 대한 지원을 줄이고 있다. 셰일가스 추출 때 사용되는 수압파쇄기법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수질오염을 일으킨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셰일업계의 손발이 묶인 게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산유국들로 이뤄진 OPEC 플러스(+)의 감산 합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지켜볼 일이다. 셰일업계의 공격적인 가격 인하가 OPEC 등을 압박했던 정도가 경감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하루 평균 540만 배럴이 늘어날 것으로 점친 반면 OPEC은 595만 배럴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강경한 연준이 달러화 강세로 유가 잡는 매가 될까

강세로 돌아설 조짐을 보이는 달러화 동향도 국제유가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 달러화 강세는 원자재 가격에 비우호적인 요인으로 풀이된다. 달러화로 표시되는 원자재 가격이 덜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어서다.

달러화는 최근 상승 흐름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매파로 돌변한 데 따른 파장으로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한때 92선을 상향돌파하기도 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매파로 변한 행보를 공개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을 화들짝 놀라게 했다. 달러 인덱스는 90언저리에서 단숨에 92선을 상향돌파했고 유로화 등에 대한 달러화 숏포지션은 급하게 커버되기도 했다.

불안한 양상을 보이던 달러화 흐름은 파월 의장이 지난 22일 의회 증언에 나서면서 진정될 기미를 보였다.

파월 의장이 높아진 인플레이션 압력을 인정하면서도 "경제 재개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시간이 지나면서 약해질 것"이라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그는 고용시장의 회복이 강해져도 금리를 선제적으로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재확인했다.

이란 핵협상, 달러화 동향 등이 촉발할 수 있는 국제유가 100달러 시대는 공급 측면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강화할 방아쇠가 될 수 있다.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이래저래 살펴야 할 글로벌 가격 변수가 많아지고 있다. (배수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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