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뉴욕 채권시장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매파로 돌변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7일(현지시간) 공개됐지만, 미국 국채 수익률이 빅 랠리를 펼치며 속락했기 때문이다.

특히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자산 매입 프로그램 축소(테이퍼링)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하는 등 이론적인 채권 약세 재료가 한순간에 무기력화되면서 분석가들도 배경을 파악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분석가들은 재무부 일반계정(TGA)이 의외의 복병이었다고 진단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대폭 늘었던 TGA가 미국채 발행을 구축했다는 의미다. TGA는 정부의 일상적인 용도로 쓰이는 계정으로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이 관리한다. 가계로 치면 마이너스 통장 같은 역할을 하면서 현금으로 집행하는 계정이다. 코로나19 관련 지출을 위해 규모가 늘었다가 이제 그에 대한 지출이 줄어들면서 미국채 발행 수요를 잠식하는 것으로 풀이됐다. 미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해야 할 자금 수요를 TGA 자금으로 대신한다는 의미다.

유로존의 경기부진 등에 대한 우려로 독일 분트채 수익률이 급락한 것도 미국채 수익률 하락에 직격탄이 됐다. 독일 분트채 30년물은 최근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면서 한때 0.185%에 거래되는 등 지난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유로존 국채에 대한 수요가 미국채 수요로 이동하면서 미국채 30년물 수익률을 끌어내린 것으로 진단했다. 전날 발행된 프랑스의 30년물 국채도 280억 유로 이상이 응찰하는 등 대규모 수요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월가의 포지션이 금리 상승 쪽으로 쏠린 데 따른 되돌림도 미국채 수익률 급락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월가는 그동안 금리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바탕으로 포지션을 구축해 왔다.

하지만 이날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은 한때 1.30%를 밑으로 뚫었다. 수익률이 그동안 단계적으로 하락하면서 미국채 매도 포지션이 급하게 청산되는 등 숏스퀴즈성 움직임이 증폭된 영향으로 풀이됐다.

일부 시장참가자들은 이날 미국채 수익률 급락에도 연말에는 미국채 10년 기준으로 연 2.00%에 이를 수 있다며 고용 등 몇 가지 대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꾸준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과 비농업부문 신규고용이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지 않는 이유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일부 시장참가자들의 진단이다. 여름이 지나면서 학교가 다시 문을 열고 백신이 추가로 보급되면 실업보험 청구 건수가 추가로 줄어들고 고용이 급증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어서다.

구인광고 웹사이트인 인디드(INDEED)가 미국 성인 5천명을 대상으로 지난 5월말부터 6월초까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지 않는 이유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부분과 거리가 있었다.

응답자의 23%는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공포로 일자리가 넘쳐나고 있지만, 구직을 포기했다고 답했다. 20.8%는 배우자의 소득을 이유로 꼽았다. 저축 등 재정적 여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답한 사람도 19.5%에 이르렀다. 풍족한 실업 수당으로 구직을 포기했다는 응답은 전체의 9.5%에 불과했다.

너무 과도하게 지급된 연방실업보조금이 구직 활동의 걸림돌이라는 분석과는 거리가 있는 조사 결과다.

대부분의 구직자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기를 원하기 때문에 실업보조금 연장이 끝나면 신규 고용이 폭증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자료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내년부터 연준 내 금리 결정 투표권을 갖는 위원에 매파가 대폭 늘어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진단됐다. <1일 보도한 '2002년 매파가 몰려온다…금리 인상 빨라지나' 기사 참조>

대표적인 비둘기파 위원이었다가 최근 매파로 돌변한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내년에 FOMC 내 금리 투표권을 갖는다.

불러드 총재 이외에도 내년인 2022년에 새로 FOMC 투표권을 갖는 연은 총재들은 로레타 메스터(클리블랜드), 에릭 로젠그렌(보스턴), 에스더 조지(캔자스시티), 제임스 불러드(세인트루이스) 등이 있다. 이들 4명의 지역 총재는 모두 매파로 분류된다. (배수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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