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전기차 선두 업체인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는 '매버릭(Maverick)'이다. 독립성과 개성이 강한 사람을 뜻하는 영어 단어로 종종 '이단아'로 번역되기도 한다.'전통이나 권위에 맞서 혁신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사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규범에 따르기보다는 스스로의 독립적인 방식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을 일컫는다는 점에서 머스크는 분명 매버릭이다.

◇레이더까지 없애버린 머스크의 베팅

머스크가 또 한 번 주류에서 벗어난 대형 베팅을 하며 매버릭으로서 면모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 등은 아직 머스크의 이번 베팅이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월가의 예상치를 큰 폭으로 웃돈 실적 발표에도 테슬라의 주가 반응은 심드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서다.

월가에서도 큰 영향력을 자랑하는 미국 CNBC '매드머니' 프로그램 진행자인 짐 크래머도 테슬라의 2분기 실적에 대해 "일론 머스크 CEO가 마법을 끝낸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테슬라가 몇 대의 차를 더 만드는 다른 (기존) 자동차 회사처럼 들렸다면서 놀랄 정도로 좋은 실적에도 테슬라의 주가가 의미 있게 반등하지 못한 점에 주목했다.

하지만 월가 등 글로벌 금융시장은 머스크가 테슬라를 통해 새로 출시한 자율주행 9.0 베타버전을 지금부터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기존의 자동차 산업에 또 한 번 돌을 던지면서 주류에 따르기보다는 스스로 독립적인 방식으로 문제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어서다.

머스크는 새로운 자율주행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필수 장비인 라이다는 물론이고 레이더까지 없애버렸다.

◇오직 데이터와 프로그램만으로 자율주행

레이더(RADAR:Radio Detecting and Ranging)는 전파를 물체에 보내 거리나 속도를 측정한다. 대상의 이동을 감지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송수신 시간과 주파수 차이를 통해서 거리, 속도, 그리고 각도 등 다양한 정보를 알 수 있다. 먼지, 기후 등 외부 환경에 제약도 받지 않고 원거리 감지 기능도 뛰어나지만, 비금속 물체의 반사율이 떨어지고 물체의 정확한 형태를 인지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라이다(LiDAR:Light Detection and Ranging)는 전파 대신 레이저를 쏴 반사돼 돌아오는 광에너지를 물체와 주고받으며 3차원 지도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신호를 쏘고 회수해 환경을 파악하는 기본 원리는 레이더와 같지만, 레이더보다 공간 분해 능력인 정밀도가 뛰어나다. 905㎚(나노미터)의 짧은 파장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이다는 아직 크기가 크고, 가격도 비싼 것이 큰 단점으로 꼽힌다. 자율주행차의 생산 원가가 아직도 높은 이유 가운데 하나가 라이다 장비의 채택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글로벌 IT 기업인 구글과 애플은 물론 완성차 업체와 다른 전기차 업체 심지어 학계까지 모두가 라이다를 자율주행을 위한 해법으로 보고 있다. 라이다의 정밀도를 높이고 생산 원가를 낮추는 게 지금 진행 중인 자율주행차 기술의 핵심이다.

테슬라만 다르다. 머스크는 라이더는 필요 없다면서 카메라와 이미지 프로세싱만으로 충분하다고 주류 사회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관전 포인트는 오로지 초고속으로 처리되는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만으로 자율주행을 구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테슬라의 자료 등을 보면 실제로 자율 주행의 고도화를 실현하고 있는 쪽은 주류인 라이다가 아니라 9.0 베터버전인 듯하다. 테슬라는 대당 수천만 원에 이르는 라이다 대신에 자율주행 데이터를 분석하는 슈퍼컴퓨터 '도조'를 도입하는 승부수도 던졌다.

슈퍼컴퓨터 도조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인공지능을 구동하는 신경망 학습에 사용되고 있다. 전 세계 100만대 이상의 테슬라 전기차로부터 수집한 막대한 양의 도로 교통 데이터를 신경망 처리를 통해 분석, 자율주행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슈퍼컴퓨터 도조는 초당 100경번 연산이 가능한 엑사플롭스(exaFLOP)급 성능을 갖추고 있으며, 전 세계 가장 강력한 슈퍼컴퓨터 5대 중 하나로 알려졌다. 태슬이라는 신경망 분석 외 이미지 분석 및 패턴 인식 등 이미지 프로세싱 전용 슈퍼컴퓨터로 모두 3대의 슈퍼컴퓨터도 자체 개발하고 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시스템이 플랫폼 될 수도

향후 자율주행차 시대가 도래하면 테슬라의 도박은 게임체인저가 될 수도 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시스템 혹은 프로그램이 플랫폼이 될 수도 있어서다. 실제 테슬라는 자율 주행 기능을 다른 회사도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를 보면 주류에 합류하는 게 안전할 수는 있지만,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교훈을 얻는다.

산업 현장의 전기, 기계, 전자, 계측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전산 전공자들이 주류를 형성해 이끄는 한국의 4차 산업혁명의 현주소는 어떤가. 당장 현 정부에서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전산 프로그램 위주의 스마트시티와 스마트 팩토리가 당초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고 있을까. 공정마다 제각각인 프로그램 가능 논리 제어장치(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의 통합도 전제하지 않은 스마트 팩토리 혹은 스마트 시티가 구동이 가능할까. 관련자들에 따르면 아직은 불가능하다. 코딩 위주의 전산 전공자들은 마이크로 세컨드(microsecond:백만분의 1초) 단위로 수천만 건의 데이터가 처리돼야 하는 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산 전공자들은 이론에 성능을 맞추는 탓에 엄청난 부하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소프트웨어가 개발 가능하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한다. 아직도 한국의 4차 산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한국의 매버릭이 하루빨리 나타나 4차산업 전체의 지형을 바꿀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배수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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